'중구난방' 가정법원 판례 공보.. "통일 지침 있어야"

김청윤 2021. 4. 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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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가정법원이 홈페이지를 통한 가사사건 판결 공보에 대한 지침을 제각기 달리하면서 혼선이 일고 있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결문 공개 확대를 통해 법원 신뢰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대법원은 판례 공보가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하급법원 재량으로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심도 깊은 논의로 통일된 지침을 정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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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정문 앞 모습. 뉴시스
전국 가정법원이 홈페이지를 통한 가사사건 판결 공보에 대한 지침을 제각기 달리하면서 혼선이 일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와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가 맞서면서, 어느 법원을 판결을 공보하고 어느 법원은 판결 공보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지역에 따라 알권리 충족의 정도가 다를 수 없는 만큼, 최소한의 통일성을 갖춘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은 지난달 홈페이지 ‘우리법원 주요판결’에 게시됐던 판결문을 모두 삭제하고, “향후 새로운 게시판을 준비 중에 있다”고 공지했다. 이 법원은 게시판 변경을 이유로 가사소송법 제10조를 들었다.

가사소송법 제10조는 ‘가정법원에서 처리 중이거나 처리한 사건에 관하여는 성명·연령·직업 및 용모 등을 볼 때 본인이 누구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사실이나 사진을 신문, 잡지, 그 밖의 출판물에 게재하거나 방송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한 판결문 공보가 위법하다는 취지다.

반면, 부산가정법원은 지난 31일 최신 판례 8건을 공보하는 등 게시판의 본래 취지를 충실히 하고 있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판결문을 익명화해 게시하는 대신 판결 요지를 최대한 추상화해 정리하는 식으로 방식을 개선했다. 이밖에 광주가정법원 등 6곳의 홈페이지는 수년 전 판결문을 게시한 상태 또는 게시한 판결문이 아예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다.

가정법원들이 이처럼 판결 공보에 소극적인 이유는 판결문을 익명화하더라도 가사 사건의 특성상 사건 당사자를 짐작하기 쉬운 탓이다. 가정법원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판결문을 공개하면, 피고와 원고 등이 주변에 알려질 수 있다며 법원에 항의 민원을 넣기 일쑤다. 법원 입장에선 거의 사문화됐다고는 해도 민원인들이 가사소송법 10조를 근거로 들먹이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한 법원 관계자는 “가사 사건 특성상 판례의 변화 등 법리적인 부분보다는 자극적인 사건 내용에 국민들이 더 관심 갖는 게 현실”이라며 “철저히 익명화 절차를 거쳐도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변호인의 조력 없이 판례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법원 홈페이지가 전부인 만큼, 판례 공보를 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깜깜이’ 상태에 놓일 위험이 크다.
2021년 2월24일 기준 가정법원별 최신 판례 업데이트 현황
특히, 이혼과 상속, 재산분할 등 가사 사건은 일반 국민의 삶에 매우 밀접하게 닿아있어 판례 변화를 알리는 것이 다른 사건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부산에 살면 지역 가정법원의 판결 동향을 알 수 있고, 서울에 산다는 이유로 판례 변화를 모르는 등 사는 곳에 따라 국민의 알 권리 충족도가 차별화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도 가정법원들이 ‘중구난방’식 홈페이지 판결 공보를 할 수 있는 것은 통일된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법원조직법과 법원 홈페이지 관리·운영지침 등을 통해 대법원 홈페이지 판례 공보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만, 각급 법원에 대해서는 재량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가정법원뿐만 아니라 가사소송법 10조와 관련 없는 각급 지방법원들의 판결 공보행태도 제각각이다. 울산지방법원의 경우 지난해 판결문 859건을 올린 데 반해, 어떤 가정법원은 단 1건의 판결문도 올리지 않았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결문 공개 확대를 통해 법원 신뢰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대법원은 판례 공보가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하급법원 재량으로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심도 깊은 논의로 통일된 지침을 정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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