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라도 편히 영면하소서"..봄기운 움트는 4·3
[KBS 제주]
[앵커]
73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은 여느 해와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추념식을 앞두고 최근 전부 개정된 4·3 특별법과 수형인들의 잇따른 재심 무죄 소식에 희망의 봄기운이 움텄습니다.
유족들은 궂은 날씨 속에도 평화공원을 찾아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했습니다.
이어서 나종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비바람이 부는 4·3 평화공원.
한태범 할아버지는 오늘도 어김없이 4·3 평화공원을 찾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경찰에 끌려가 행방이 묘연한 아버지의 제삿날이기 때문입니다.
가슴 한쪽에서 꺼내는 작은 편지 하나.
최근 잇단 4·3 수형인들의 재심 무죄 소식을 전하며 비 젖은 땅에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립니다.
["4·3에 무고하게 죄인으로 아버님이 죽임을 당하신 영혼 님들께서는 무죄임을 알려드리옵고."]
얼마 전 운명한 친구를 대신해 친구 아버님의 표석도 찾아 막걸리를 올리며 이제라도 편히 영면하시길 기원합니다.
[한태범/4·3 희생자 유족 : "여기 있는 영혼들이 이제는 놀라지 말고 다 무죄로 되고 있으니까."]
궂은 날씨에도 4·3 평화공원엔 추모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오늘 4·3 추념일 만큼은 차디찬 겨울의 메마른 분위기가 아닌 따뜻한 봄날의 기운이 움텄습니다.
유족들은 전부 개정된 4·3 특별법을 환영하면서도 조속한 법 이행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두 손 모아 바랐습니다.
[현덕자/4·3 희생자 유족 : "꼭 우리 오빠뿐만 아니라 억울하게 이렇게 가신 분들을 다 명예회복시켜줘야 해."]
73년 전 말 못했던 암울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흔들림 없는 미래로 가고 있는 제주 4·3.
4·3 평화공원에 피어난 일곱 빛깔 무지개는 제주 4·3에도 따뜻한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KBS 뉴스 나종훈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나종훈 기자 (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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