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쿼드' 공세 놀란 中, 한국과 '2+2 대화' 6년 만에 재개
한미 양국 지난달 5년 만에 2+2회담 열어
美 '쿼드' 참여 요청에 '줄타기' 균형 맞추나
고위당국자 "시진핑 방한 올해 안에 가능"
정의용 "中, 한반도 평화·완전 비핵화 지지"
왕이 "대화로 한반도문제 정치적 해결" 강조
한국과 중국이 외교안보(2+2)대화를 6년 만에 재개한다. 지난달 미국 국무ㆍ국방장관이 방한해 한미 2+2회담을 5년 만에 가동하자 중국과도 균형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2019년 이후 3년째 추진 중인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 필요성도 재차 강조하며 ‘빅 이벤트’ 성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주력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몇 가지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이 있다”며 “외교안보 고위급 2+2회담을 조기에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 및 외교안보(2+2)대화를 상반기 내에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돼 있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동시에 참여하는 협의채널이 모처럼 가동되는 셈이다.
한중 2+2대화는 2013년 12월과 2015년 1월 베이징과 서울에서 번갈아 열렸다가 이후 중단된 국장급 협의체다. 지난해 11월 왕 부장 방한 당시 중국 외교부는 “한국과 2+2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우리 외교부 공개자료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따라서 이후 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을 거치면서 우리 정부가 중국의 대화 재개 요청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뀐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국과 미국이 2016년 중단된 외교ㆍ국방장관(2+2)회담을 5년 만에 다시 개최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인도, 호주, 일본과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한국 참여를 요청하고 있어 중국이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중 2+2대화의 ‘격’을 어떻게 정할 지가 관건이다. 정 장관이 ‘고위급’이라고 지칭한 것에 비춰 차관급 이상 회의체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외교부 자료에는 6년 전과 마찬가지로 국장급인 ‘2+2대화’로 돼 있기 때문이다. 한중 간 ‘고위급 전략대화’의 경우 2013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협의체를 가동했지만 후속 대화가 열리지 않아 무산됐다. 그 사이 한중 안보분야 협력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유명무실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한중 국방차관 전략대화가 5년 만에 베이징에서 열리긴 했지만, 한국 국방장관의 중국 방문은 2011년 7월 이후 10년간 미뤄져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 장관은 시 주석 방한과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가급적 조속히 일정이라든가 구체적 계획에 대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올해 안에도 시 주석 방한은 가능하다”면서 “다만 중국에 와보니 코로나19 방역이 우리보다 철저해 부담이 없어질지 예측하긴 어렵다”고 단서를 달었다. 예정대로 시 주석 방한을 계속 추진하고 가급적 일정도 잡기 위해 중국과 속도를 높이겠지만, 언제 성사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7년간 한국을 방문하지 않는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두 차례 중국에 다녀왔다.
정 장관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 “중국은 우리 정부의 한반도 항구적 평화 정책과 완전한 비핵화 정책을 지지한다"며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고, 중국도 할 수 있는 협력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앞서 왕 부장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과 함께 대화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다자주의를 함께 수호하며 공동의 이익을 심화 확대하기를 바란다”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의 가치회복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이와 함께 양국은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교류의 폭을 넓히기로 했다. 올해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뒷받침하기 위한 ‘한중 인문교류 촉진위원회’를 조속히 개최하는 한편, ‘한중 관계 미래발전위원회’도 상반기 안에 출범시킬 방침이다. 김치, 한복 원조 논쟁 등으로 양국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문화ㆍ역사분야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에 정 장관은 “게임ㆍ영화ㆍ방송 등 문화콘텐츠 분야 협력 활성화를 위해 보다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고, 왕 부장은 “한국의 관심사를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소통하자”고 화답했다. 양국은 또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 있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집단매장지 ‘천인갱’의 유해발굴을 위한 공동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외에 양 장관은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환경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한국이 내달 주최하는 환경분야 다자정상회의인 ‘P4G 서울정상회의’를 중국이 적극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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