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에 끝난 한·중 외교장관 오찬..中, 한반도 문제 협력 '약속'

정다슬 2021. 4. 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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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장관 회담 3일 中샤먼서 열려
소인수 비공개회담 1시간 연장..확대회의·오찬도
왕이 "한반도 문제 '대화'로 해결", 정의용 "중국이 역할 해야
외교안보 2+2회담 상반기 중 개최키로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베이징 = 신정은 특파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3일 중국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장관은 중국이 “한반도의 보다 항구적인 평화정책, 그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고, 왕 부장은 협력을 약속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구체적인 계획을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게임·영화·방송 등 한국 콘텐츠 분야에 대한 제한을 조기에 해제하는 것과 미세먼지 등 기후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 역시 논의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중국 샤먼 하이웨이 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 제공)
“한반도 문제 中역할 해달라”…“정치적 해결 추진”

정 장관은 3일(현지시간)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 하이웨이 호텔에서 왕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오전 11시 30분 정 장관과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왕 부장과 우장하오 부장 조리 등만 참여한 비공개 소인수회담이 예정보다 더욱 길어지면서 확대회담 시간도 약 1시간가량 지연됐다. 이후 이어진 확대회담과 오찬 등이 종료된 시점은 4시께였다.

양국이 장소와 형식을 달리하며 양국 현안은 물론,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문제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눴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회담의 적지 않는 시간이 북한 및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할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오찬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지 여러 구체적인 방안과 관련해 매우 솔직하고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중국은 한반도의 보다 항구적인 평화 정책, 그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지지한다”며 “우리로선 중국이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건설적 역할을 계속해달라고 요청하고 중국도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여러 협력을 적극적으로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앞서 왕 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한국과 함께 대화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할 것”이라며 “우리는 함께 유엔을 핵심으로 한 국제 형세를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中, 미·중 갈등 현안 입장 밝혀…韓 “협력 확대가 중요”

미·중 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이번 정 장관의 방중은 한·미 외교·안보장관(2+2) 회담이 끝난 후 2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정 장관의 첫 국외출장이기도 하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며 양국이 우호 세력을 늘리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시기인 만큼 이번 출장은 우리나라에는 미·중 균형 외교의 실험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회담에서 중국은 미·중 갈등 국면에 대한 상황 판단과 자신들의 입장을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중국 역시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날을 세운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더라”며 “그건(모두발언) 1시간이었고 8시간(비공개 회담) 동안 좋은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왕 부장은 모두발언에서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유지한다”며 “다자주의를 함께 수호하고 공동의 이익을 심화 확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등 서방국가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우리 측은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자, 중국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 파트너”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이 당국자는 “두 나라(한·미) 관계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안정과 동북아 평화에 중요하다”며 “미·중 갈등 요인을 줄이고 협력 사안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방한, 코로나19 상황 안정하는 대로 계획 잡기로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고 미래발전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논의했다.

‘사드 사태’라는 최악의 국면에서 한·중 관계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문화 콘텐츠를 비롯한 한류 문화 금지조치를 일컫는 ‘한한령’의 여파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최근 ‘파오차이’ 논란 등 문화기원 갈등으로 양 국민 간 감정 역시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중국은 시 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정 장관은 “시 주석의 방한은 가급적 조기에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일정이라던가 구체적 계획은 협의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라는 점에서는 기존 입장과 다를 것이 없지만, 구체적 일정 협의를 논의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외교가는 시 주석의 방한을 한한령 완전 해제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정 장관은 양국 간 게임ㆍ영화ㆍ방송 등 문화콘텐츠 분야의 협력 활성화를 위한 중국 측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왕 부장은 우리 측 관심사를 잘 알고 있으며 양측이 지속 소통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정 장관과 왕 부장은 국민 우호 정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도 공감했다. 한·중 문화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졌다. 아울러 지난 1월 양국 정상이 논의한 대로 다양한 문화 교류를 통해 양 국민 간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상호 이해를 증진해 나가기로 했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한·중 인문교류 촉진위원회를 조속한 시일 내 개최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중은 양국 의회 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는 한편, 한·중 외교차관 전략 대화와 외교·안보 대화(2+2)를 상반기 내 추진하기로 했다. 또 외교부 간 다양한 각급 대화 협의체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한·중 외교부 간 교류협력 계획’을 작성하기로 했다.

정 장관의 방중은 공교롭게도 시차를 고려하면 한·미·일 안보실장 회동과 같은 날이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줄타기 외교’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회담 장소가 중국 본토에서 대만과 가장 가까운 샤먼으로 정해진 것을 놓고서도 대만·홍콩 등 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중국 정부의 메시지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회담 장소가 베이징이 아닌 것은 코로나19 방역차원이며 샤먼 역시 항공편 등의 편의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중동 순방을 마친 왕 부장은 중국으로 돌아와 베이징으로 가지 않고 푸젠성에서 각국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정 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왕 부장은 샤먼에서 300km 정도 떨어진 난핑에서 아세안 국가 외교장관들과 연쇄회담을 했다.

지난 2일 저녁 중국에 도착한 정 장관은 1박 2일 바쁜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날 전용기를 타고 다시 귀국한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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