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레드 패권 위협"..중국의 매그나칩 인수 촉각 이유

이종혁 2021. 4. 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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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위클리반도체] 시가총액 1조원에 이르는 토종 시스템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반도체가 지난달 29일 중국계 사모투자펀드(PEF)인 와이즈로드캐피털과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에 매각 계약을 맺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본사 주식 전량을 매각하는 계약이다. 현재 매그나칩반도체의 최대주주는 미국계 오크트리캐피털로 지분 9%를 보유하고 있으며 10여 개 헤지펀드들이 5% 안팎씩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자본에 팔리며 국내 반도체 업계의 위기감도 높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반도체의 강자이자, 미래 자동차에 응용될 전력 반도체를 개발·생산한다. 정부의 매각 승인 관문을 통과한다면 당장 한국의 OLED 디스플레이 패권은 물론 차량용 반도체 산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국민 여론도 안 좋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을 방지해야 한다"며 매각을 막아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여기에 수천 명이 동의했다.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매각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구 의원은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에 매각되면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 핵심 기술의 유출이 크게 우려된다"며 "중국이 첨단 OLED 디스플레이구동집적회로(DDI)와 전력 반도체 사업 기술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구 의원은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컨소시엄 매각과 관련해 국가 핵심 기술인 반도체와 OLED 분야 기술 보호를 위해 정부의 기술보호 대상 여부를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며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반도체 등 국가 핵심 기술 해외 유출과 관련해 보호해야 할 기술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철저한 보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그나칩반도체가 만드는 디스플레이구동집적회로(DDI). /사진제공=매그나칩반도체 공식 네이버 포스트
매그나칩반도체는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 사업부가 모체다. 2004년 미국계 PEF에 팔린 뒤 2011년 NYSE에 상장했다. 2004년 분사 뒤에는 파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매그나칩반도체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타고 높은 실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매출액은 2017년 6억7970만달러에서 2019년 7억9220만달러(약 9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4000억원에 달하는 파운드리 사업부를 SK하이닉스와 국내 사모펀드에 매각했지만 비메모리 시스템 사업부만으로 약 5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상각전영업이익도 4900만달러(약 5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매그나칩반도체는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을 떼낸 뒤 디스플레이·전력 반도체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DDI는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모든 정보기술(IT) 기기와 자동차에도 탑재된다. 전력 반도체 역시 IT뿐만 아니라 자동차까지 폭넓게 사용된다. 매그나칩반도체는 "디스플레이용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 시장에서 지난 4년간 (매출액이) 각각 260%, 111% 성장하며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현재 매그나칩반도체는 DDI 생산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삼성·LG디스플레이에 OLED용 DDI를 공급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OLED용은 DDI 중에서도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며 "중국 자본이 매그나칩반도체를 사들여 OLED DDI 기술을 흡수한다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올 수 있다"고 염려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LG디스플레이는 TV용 대형 OLED 시장을 100% 독점하고 있다.

또 매그나칩반도체는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차량용 전력 반도체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미 스마트폰의 전력을 제어하고 배터리를 보호하는 전력 금속산화막반도체를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이러한 전력 반도체 기술을 토대로 차량용 반도체 사업까지 진출한다는 목표다.

매그나칩반도체의 중국 매각에 남은 관건은 정부 승인 여부다. 첨단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 매각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앞서 하이닉스에서 분사됐던 매그나칩반도체는 2009년 미국계 사모펀드 애비뉴캐피털에 매각됐을 당시 정부 승인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매각은 미국계에서 다시 중국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정부 승인이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산업부는 매그나칩반도체의 기술에 대한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그나칩반도체의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로 판명되면 산업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가 매각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국가핵심기술 중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지난 1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국가 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와 '산업기술보호지침'을 개정했다. 국가 핵심 기술은 반도체 등 12개 분야의 71개 기술이다. 이 중 반도체는 10개 항목인데, DDI나 전력 반도체를 적시한 내용은 없다.

디스플레이는 2개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됐다. 8세대급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설계·공정·제조·구동 기술과 능동형 OLED(AMOLED) 패널 설계·공정·제조 기술이다. 매그나칩반도체의 DDI 칩 설계·제조 기술을 산업부가 국가 핵심 기술에 속한다고 판단할지는 미지수다. 매그나칩반도체에 따르면 이 회사 제품은 2000여 종, 전 세계 고객사는 350여 곳이며 보유한 기술특허는 3000건이 넘는다. 이번 인수전에 정통한 관계자는 "5000억원이 넘는 매그나칩반도체의 매각 가격과는 별개로 인수할 경우 정부 승인이 나느냐가 이번 매각 협상의 핵심 이슈였다"며 "매그나칩반도체의 기술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상대가 후발 추격을 공표한 중국이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매그나칩반도체 경북 구미 공장 전경. /사진제공=매그나칩반도체
다만 매그나칩반도체의 생산 공정이 다소 노후해 승인이 의외로 쉽게 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파운드리 부문인 청주공장을 매각한 뒤 경북 구미공장만 유지하고 있다. 구미공장의 공정 기술은 0.5~0.11마이크로미터(㎛)급이며 생산 설비는 8인치 기반으로 월간 11만3000장의 웨이퍼를 가공할 수 있다. 현재 반도체 업계의 최첨단 공정은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보유한 5나노미터(㎚·1000㎚는 1㎛)급이다. 이들과 비교하면 미세 공정 기술이 달리는 데다 설비도 주요 반도체 기업이 사용하는 12인치 웨이퍼보다 뒤떨어진 8인치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본부장은 "정부가 까다롭게 유출을 막는 반도체 제품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같은 첨단 시스템 반도체"라며 "매그나칩반도체는 이런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영준 매그나칩반도체 대표이사(부회장). /매경DB
매그나칩반도체 경영진은 첨단 기술의 중국 유출에 대한 우려 불식에 나섰다. 김영준 매그나칩반도체 대표이사(부회장)는 최근 매일경제에 전달한 입장에서 "매그나칩은 현재와 동일하게 영업을 이어가고 경영진도 동일하게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직원들의 업무, 보상과 복지도 현재와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매그나칩은 반도체 업계에서 전문성을 쌓은 와이즈로드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용과 판매 구조를 개선하고 빠른 성장과 혁신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시티와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와이즈로드는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의 범용 반도체 사업을 인수해 현재도 네덜란드에서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매각 뒤에도 서울·청주 연구소와 경북 구미공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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