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의 피아노, 네 명의 피아니스트..통영 봄바다를 홀린 재즈
두 대의 피아노, 네 명의 피아니스트.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인기 공연 ‘더 피아니스트’가 2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 무대로 옮겨 왔다.
보통은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이곳에서 첫 곡 버드 파월(Bud Powell)의 바운싱 위드 버드(Bouncing with Bud)를 연주한 재즈피아니스트 고희안은 감격에 찬 목소리였다.
“제가 통영 출신이에요. 제가 음악을 하게 된 이유가 통영 출신이라 그런 것 같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통영에서 배운 감성을 통영에서 선보이게 돼 너무 기쁩니다.”
고희안의 학교 선배인 재즈피아니스트 이지영은 여유 있게 농담을 던졌다. “전 연주할 때 따라부르는데, 마스크를 끼고 하니 숨이 차내요. 여러분, 재즈는 클래식처럼 얌전히 듣는 음악이 아니에요. 크게 소리지르고, 박수치고, 그러면 저희는 더 신나 더 열심히 공연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곡은 재즈계의 살아있는 전설 베니 골슨(Benny Golson)의 곡 ‘스테이블메이츠(Stablemates)’였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 보셨나요? 그 영화 내용이 톰 행크스 아버지가 재즈 애호가라 베니 골슨 사인을 받기 위해 미국을 가다가 공항에 고립되는 이야기에요. 영화 터미널에서 이 곡이 나오지요.”(재즈피아니스트 전용준)
베니 골슨과 함께 무대에 섰던 재즈 피아니스트 임미정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같이 연주를 한 적이 있다”며 “행복한 추억이었다”고 말했다.
세 번째 무대는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모두 올라와 브라질의 유명 작곡가 피싱기냐의 명곡 ‘움아제로(Um a zero)’를 연주했다. 쉴 새 없이 달려가는 화려한 멜로디가 매력적인 곡. 이때부터 관객들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베니 골슨의 휘스퍼 낫(Whisper not)에 이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칙 코리아의 대표곡 ‘스페인(Spain)’이 나오자 경건해야 하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야 하나 고민되기도 했다. 마지막 곡은 지금 통영의 봄 날씨에 너무 잘 어울리는 “아일 리멤버 에이프릴(I’ll remember April)”이었다.
고희안 재즈피아니스트는 “재즈 공연 중 피아니스트 네 명이 모이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덕분에 매년 넷이 만나 행복했었다. 지난해 자라섬재즈페스티벌 행사가 코로나로 취소돼 너무 아쉬웠는데, 통영국제음악재단 덕분에 이렇게 관객분들을 만나뵙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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