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한 장면" 빙하가 만들어낸 에메랄드빛 툰 호수

송경은 2021. 4. 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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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베른 주 베른스오버란트 지역의 호수마을인 슈피츠 전경. 툰 호수 남쪽 호숫가에 있다. /사진=송경은 기자
[랜선 사진기행-42] 스위스 여행 거점인 인터라켄. 우리 일행은 툰 호수로 가기 위해 인터라켄 서역에 내렸다. 유람선 선착장에 내려가 보니 유람선 아래 툰 호수로 이어진 강물이 은은한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좁고 긴 강줄기를 따라 10여 분쯤 갔을까. 알프스 산자락으로 둘러싸인 툰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드넓은 호수 위에는 우리가 탄 유람선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배가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툰 호수의 잔잔한 물결이 소리 없이 갈라졌다. 이따금씩 멀리 호숫가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들이 보였다.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툰 호수는 '호수 사이'라는 뜻의 인터라켄을 중심으로 서쪽, 베른 방향에 있는 호수다. 인터라켄 동쪽, 루체른 방향에는 브리엔츠 호수가 있다. 툰 호수는 호수 표면 면적이 약 48㎢로 브리엔츠 호수보다 좀 더 크다. 이곳 유람선은 인터라켄 서역에서 출발해 호수 마을인 슈피츠 등을 거쳐 툰까지 왕복한다. 전체 코스는 왕복 4시간 여정으로 길어서 우리는 인터라켄 서역에서 슈피츠 마을까지 1시간15분가량 유람선을 타고 이동했다가 돌아올 때는 기차를 이용했다.

툰 호수 유람선 뒤로 작은 호수마을이 보인다(왼쪽). 오른쪽은 가까이서 본 호수의 빛깔. 이 지역 호수는 빙하가 녹는 과정에서 생성된 광물 입자가 청록색 계열의 빛을 반사시켜 에메랄드빛을 띤다. /사진=송경은 기자
툰 호수가 열대 바다처럼 에메랄드색을 띠는 이유는 빙하가 녹는 과정에서 형성된 '암분(岩粉)' 때문이다. 암분은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지나간 자리의 암반 표면이 미세하게 깎여 나온 광물 입자로 '빙하 입자(glacial particle)'라고도 한다. 빙하 입자는 청록색 계열 파장의 빛을 반사시키는데 이런 입자들이 호수 바닥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동안 투명한 물 너머로 에메랄드빛을 반사시키는 것이다. 건너편 브리엔츠 호수도 마찬가지다. 빙하가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봄에 가장 밝은 에메랄드색을 띤다.

툰 호수 유람선 좌석은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는 탁 트인 벤치부터 레스토랑 테이블까지 다양하다. 레스토랑 창가에 앉으면 식사하면서 툰 호수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슈피츠와 툰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리지만 중간중간 작은 마을 선착장에서도 한두 명씩 타고 내렸다. 해 질 녘 슈피츠에 도착하자 마을을 밝히는 불빛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숫가에 줄지어 정박해 있는 요트들까지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인터라켄에서 툰 호수로 이어진 강줄기(왼쪽). 오른쪽은 툰 호수 한가운데서 바라본 풍경이다. /사진=송경은 기자
툰 호수 남쪽에 자리한 슈피츠에는 12세기에 지어진 슈피츠성이 있는데 이 성은 중세 말기 여러 단계를 거쳐 확장됐다. 1600년 거대한 홀과 북쪽 건물들이 확장·보수됐고 이후 후기 바로크 양식으로 다시 꾸며졌다. 슈피츠성은 현재 일반에 공개돼 각종 콘퍼런스와 콘서트,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방문객들은 1614년에 조성된 바로크식 연회장과 성 주변 산책로를 통해 둘러볼 수 있다.

슈피츠성을 비롯해 선사시대와 중세 유적이 있는 뷔르크 고고학 유적지와 개혁 성당, 바인바우어른호프 등은 스위스 국가 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아기자기한 마을 골목을 지나 15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슈피츠역과 작은 쇼핑센터가 나온다. 슈피츠에서 인터라켄 서역까지는 기차로 20분 정도 소요된다. 유람선으로 2시간10분가량 걸리는 툰 호수 서쪽 끝의 툰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지닌 중세 도시로 구시가지에서 12세기 마을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저녁께 슈피츠 마을 선착장에서 기차역으로 향하는 골목길 모습. /사진=송경은 기자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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