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시진핑 방한 협의 시작.."한반도 비핵화 공감, 미·중문제도 솔직한 대화"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2021. 4. 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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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이 3일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에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샤먼|연합뉴스


한·중 양국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을 추진하기 위해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협의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 양국 외교차관 전략대화와 ‘2+2 외교안보대화’ 등을 통해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3일 취임 후 처음 중국을 찾아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 하이웨호텔에서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한반도 문제 해결과 양국간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 장관은 이날 회담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중 양국간 실질적 협력에 대해 많은 시간 대화를 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시진핑 주석이 방한할 수 있도록 일정과 계획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을지 구체적 방안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면서 “기본적으로 중국은 우리 정부의 항구적 한반도 평화 정책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두 가지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이 보다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중국도 적극적 협력을 약속했다”며 “한·중간 외교안보 고위급 협의를 위한 2+2회담을 조기에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도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해 정상·고위급 교류와 실질협력을 포함한 양자관계,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중국 측이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고, 양측은 방한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양측이 한·중·일 정상회의 조기 개최를 위한 지속적 협력 필요성을 재확인했고, 한중 양국은 외교차관 전략대화와 2+2 외교안보대화를 상반기 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한·중 문화교류의 해(2021∼2022년)를 맞아 문화·경제·환경·역사 등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으며, 내년 한·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 발전의 구체적 로드맵을 만들기 위한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도 올해 상반기 중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등 한·중 외교 당국자들이 3일 중국 푸젠성 샤먼 하이웨호텔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샤먼|연합뉴스

양국 외교장관은 이날 회담에 앞서서도 한반도 문제와 양국간 교류·협력 확대에 대한 인식을 같이 했다. 정 장관은 이날 확대회담 모두 발언에서 “양국은 한반도의 보다 항구적인 평화정책 그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 정부가 우리의 이런 노력을 일관되게 지지해 준 것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된 관리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계속 적극적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또 “양국은 코로나19 이후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상간 통화와 왕이 부장 방한 등으로 고위급 소통을 유지해왔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양국간 경제 교류가 원만하게 유지돼 왔고, 양국간 인적 교류와 상호 이해, 우의 제고를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이 자리에서 “중·한간 전략적 소통이 중요하고 매우 적기에 이뤄졌다”면서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며, 지역 평화와 안정 수호, 공동 발전 추진, 글로벌 거버넌스 보완 등에 공통되거나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과 함께 대화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코로나19의 시련을 견뎌내며 양국의 연대와 협력이 강화됐고, 중·한 문화교류의 해와 수교 30주년을 맞는 올해와 내년 양국 관계가 심화 발전의 중요한 기회를 맞았다”며 “중국은 이 기회에 양국 관계의 새로운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개방과 포용을 주장하며 협력과 상생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간 고위급 회담 이후 양국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한·중 외교장관이 처음 만남을 갖는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리기 직전 미국 워싱턴에서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왕이 부장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우리는 함께 유엔을 핵심으로 한 국제 형세를 수호할 것”이라며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유지하고, 다자주의를 함께 수호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심화·확대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회담 내용에 대해 “미·중 관계에 대해서도 각자 입장을 아주 솔직하게 얘기했다”며 “기본적으로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은 동맹이고, 중국은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에 두 나라 관계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동북아 평화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양국이 갈등 요인을 줄이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늘리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중국 측도에서도 비교적 솔직하게 많은 부분을 얘기했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 협의했지만,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한반도 문제와 양국 관계 개선이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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