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무시했다간 생존 못한다..10대그룹 중 8곳 조직 신설

정승환 2021. 4. 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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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중 8곳, ESG위원회 설립 박차
6곳 이미 설치..2곳은 상반기 예정
그룹별 위원회 구성 살펴보니
삼성물산 ESG위원 전원 사외이사
현대모비스 등 6곳 대표이사 포함
위원장은 포스코만 기업인
보잉, TSMC, IBM 등 해외기업은
대부분 기업인이 ESG위원장
3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8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개막 영상을 시청한 뒤 박수를 보내고 있다. 왼쪽 둘째부터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문재인 대통령,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날 문 대통령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제도를 개선하고 ESG 표준 마련과 인센티브 제공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이충우 기자
[인사이드아웃] 10대 그룹 중 8곳이 최근 지주사나 사실상의 지주사에 ESG위원회를 신설했거나 설치를 발표했다. 삼성물산과 현대모비스는 위원 전원이 사외이사이며, 나머지 회사들은 대표이사가 한 명씩 포함됐다. ESG위원회 위원장은 기업인 1명, 교수 2명, 관료 2명으로 나타났다. SK(주)와 (주)LG, 현대중공업지주는 아직 위원장이 정해지지 않았다.

ESG위원회는 회사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 위원회다. ESG와 관련된 경영 계획이나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 사항을 검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매일경제 ESG사무국이 분석한 결과 10대 그룹 중 롯데와 신세계를 제외한 6곳이 최근 지주사 등에 ESG위원회를 신설했고, 2곳은 신설 예정이다. 삼성물산과 현대모비스, SK(주), 포스코, (주)한화, (주)GS는 3월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주)LG와 현대중공업지주는 상반기 중 ESG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ESG 위원 5명 전부 사외이사다. 현대모비스와 SK(주), (주)LG, 포스코, (주)한화, (주)GS 등은 사외이사들과 대표이사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ESG위원장은 교수 2명, 관료 2명, 기업인 출신 1명으로 나타났다. 김대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모비스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장, 이석재 서울대 인문학부 교수는 (주)한화 ESG위원장이다. 정병석 전 노동부 차관과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는 각각 삼성물산, (주)GS ESG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업인은 포스코 ESG위원장인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이 유일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이사회 내 거버넌스위원회를 ESG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위원은 모두 사외이사다. 위원장은 노동부 차관을 지낸 정병석 사외이사다. 제니스 리 이사는 하나로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SC제일은행 재무담당 부행장을 지냈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정거래·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이며, 필립 코쉐 이사는 제너널일렉트릭(GE) 최고생산성책임자(CPO)를 지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공인회계사회 회장 시절 외감법(주식회사 등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을 개정해 회계 투명성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경영지원실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로 격상했다. 센터장은 김원경 부사장이다. 삼성전자는 또한 사업부 단위에도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설치했으며, 전사 차원 협의기구인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CFO 주관으로 확대 개편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장은 김대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이며, 위원은 장영우영앤코 대표,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 브라이언 존스 아르케고스캐피털 대표, 칼 토마스 노이만 전 오펠 CEO다. 이들은 모두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도 ESG위원이다. 현대차도 지난달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SK그룹은 ESG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지주사인 SK(주)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SK(주)는 지난달 30일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은 장동현 SK(주) 대표와 사외이사 5명이다. 사외이사는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 이찬근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등이다. 위원장은 위원회 첫 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이사회 내 위원회 위원장은 대체로 사외이사가 맡아왔다. 장 대표는 위원회와 회사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위원으로 참여하게 됐다.

SK는 그룹 최고의사협의기구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ESG 관련 조직이 있다. SV(Social Value)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환경사업위원회다.

이형희 위원장이 SV위원회이며, 거버넌스위원회와 환경사업위원회는 각각 윤진원 사장, 김준 사장이 이끈다.

(주)LG를 비롯한 LG그룹 13개 상장사는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중 활동하게 된다. 그룹 지주사 (주)LG의 ESG위원회는 사외이사 4명과 권영수 대표이사가 참석한다. 위원장은 미정이다. 이수영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 집행임원은 환경서비스 회사인 코오롱에코원 대표를 지냈으며,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계·지배구조 전문가다. 2명은 법률가다. 조성욱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검사장 출신이며, 감상헌 국립극단 이사장은 네이버 대표와 (주)LG 법무담당 임원을 지냈다.

포스코 ESG위원회는 지난달 출범했다. 위원은 사외이사 3명,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됐다. 김신배 이사는 SK그룹 부회장 출신으로 지배구조 등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유영숙 이사는 환경부 장관을 지냈으며, 장승화 이사는 서울대 로스쿨 교수다. 김학동 포스코 사장은 저탄소 공정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안전도 담당한다. 김 사장은 매일경제·환경재단 공동 주최 'ESG 리더십 과정'을 수강할 정도로 ESG에 대한 열의가 크다. 포스코는 CEO 직속 경영전략실에서 ESG위원회를 지원한다. 기업시민실 산하 ESG그룹도 지원 역할을 담당한다.

한화그룹은 최근 지주사 격인 (주)한화에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장은 이석재 서울대 인문학부 교수이며, 위원은 남일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 김승모 (주)한화 대표다. ESG위원회는 ESG 활동과 추진 실적을 점검하고, 준법통제 등 컴플라이언스 업무도 담당할 예정이다. 회사 주요 보직 팀장들이 참여하는 ESG협의체도 신설해 ESG위원회를 지원한다.

GS그룹은 지난달 29일 지주사 (주)GS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이날 첫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선 회사의 ESG 경영 현황 등이 보고·논의됐다. ESG위원회는 ESG 전략을 설정하고,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위원회는 사외이사 2명,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이며,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홍순기 (주)GS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홍순기 대표는 GS그룹 친환경협의체 의장도 맡고 있다. 친환경협의체는 각 계열사 최고환경책임자(CGO)로 구성됐으며, 지난 2월 발족했다. 홍순기 사장은 "ESG 활동에 대한 이사회의 관리감독을 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 ESG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ESG전략팀에서 그룹 ESG 경영을 지원하고 있다. ESG전략팀은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 겸 현대중공업그룹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가 총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 상반기 내 현대중공업지주 등 계열사별로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향후 각 계열사별로 ESG위원회가 꾸려지면 그룹 차원에서 ESG자문그룹, ESG실무협의회 등을 신설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지주사 내 ESG 조직은 없다. 대신 계열사별로 ESG 경영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아직 ESG위원회가 없다. 올해 ESG 경영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그룹 차원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KT는 이사회 내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서 ESG 경영 관련 의사결정을 한다. 위원은 사외이사 4명, 사내이사 1명이다. 위원장은 KT 사장 출신 표현명 사외이사다. 이강철 사외이사는 참여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을 지냈으며, 성태윤 이사는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박찬희 이사는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다. 강국현 KT 사장도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이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ESG 관련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KT는 임원급이 참석하는 ESG 추진위원회, 팀장급 ESG 실무협의체에서 ESG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에서 결정한 ESG 정책은 ESG경영추진실에서 실행·운영된다. 사외 자문기구도 있다. KT그룹 ESG경영자문위원회다. 위원회는 분기마다 한 번 열린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내는 ESG 인재풀이 적고, 명망가 중심 대기업 사외이사들이 ESG 위원을 맡고 있다"며 "미국·유럽 등에선 기업인 등 ESG 전문가들이 ESG 조직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ESG위원장은 ESG 경험이 풍부한 크리스 레이먼드 보잉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다. TSMC ESG위원장은 로라 호 TSMC 부사장이며, IBM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은 프레데릭 와델 노던트러스트코포레이션 전 회장이다. 허발라이프 ESG위원장은 미셸 몬텔로고 GRC어드바이저리서비스 CEO다. GRC는 지배구조와 리스크 관리 전문회사다. 유니레버 기업책임위원회 위원장은 스트라이브 마시이와 이코네트글로벌 대표이며, HP 거버넌스·사회적책임 위원장은 슈미트 바네리 콘도셋 공동창업자다. 이코네트글로벌은 테크기업, 콘도셋은 투자회사다.

김정남 삼정KPMG ESG전문팀 상무는 "투자자들이 경영진과 이사회 차원에서 ESG 리스크 관리와 경영을 책임 있게 펼쳐달라고 요구하면서 기업들이 잇달아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며 "유니레버와 HP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이사회 내에 ESG 관련 위원회를 갖췄다"고 전했다.

해외 기업들의 ESG 경영 속도는 한국보다 빠르다. 포천 100대 기업은 지난해 전체 기업의 60%가 넘는 63개사가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도입했다. S&P500 기업은 2015년에 123곳이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자산 기준 상위 100대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ESG위원회나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은 지난해 기준 12곳에 불과했다. 또한 국내 100대 상장사의 ESG위원회 위원 수는 평균 3.75명인 반면 포천 100대 기업은 4.37명에 달했다.

이효섭 실장은 "총수나 CEO가 ESG에 의지를 갖고, 효율적으로 회사 자원을 배분해야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며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 ESG위원회 설치는 ESG 경영을 확대하겠다는 CEO와 이사회의 의지로도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정승환 재계·ESG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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