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인데 늦은거 아닌가요"..개발자 전성시대, 코딩학원 문전성시

배윤경 2021. 4. 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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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A씨는 최근 판교 소재 코딩학원으로 '원정'을 다녀왔다. 집은 용산이지만 강남과 판교에 이름난 코딩학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또래 학부모들과 팀을 짜 학원을 돌며 상담을 받았다. A씨는 "강남에 있는 코딩학원이 입시에 최적화돼 있다고 해서 주말에 한번 더 가볼 예정"이라며 "코딩학원은 매일 다니지 않아도 되고 주말에 몰아 수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먼 거리라도 유명하고 커리큘럼이 좋은 곳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특수에 기업마다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개발자 모시기'에 혈안이 되면서 금융권 못지 않은 억대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는 개발자가 늘자 학원가도 들썩이고 있다. 취업을 앞두고 토익학원이 아니라 코딩학원을 찾는 문과생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아예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도록 아이 손을 잡은 학부모들이 학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빠를수록 좋아요" 학부모 부추기는 코딩학원들

코딩학원을 찾는 아이들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유아코딩이란 단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프로그램 코드를 작성하는 코딩을 하기 위해서는 한글을 배우는 것처럼 아이가 프로그램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말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낮은 너무 어린 나이에 코딩을 접하면 자칫 그릇된 개념을 가질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교구나 로봇 등을 통한 유아코딩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엔트리, 스크레치 등 블록코딩부터 배운 뒤 프로그래밍 언어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강남에서 코딩학원을 운영하는 B씨는 "평소 학부모 방문 시 코딩교육은 수학적 개념이 어느정도 들어선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하는 것이 좋고 중학생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안내하지만, 최근엔 초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아이를 데려오는 경우가 늘었다"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너무 늦은 거 아니냐면서 보충수업을 따로 받을 수 있냐고 문의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7세와 5세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C씨는 "남편도 저도 문과여서 프로그래밍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다. 유아코딩에 대한 얘길 듣고 포털 검색과 맘카페 등에서 관련 정보를 얻는 편"이라며 "가격대가 어느정도 형성돼 있는 영어와 달리 프로그래밍 학원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커리큘럼 상담을 받아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워 아예 남편과 같이 온라인 수업으로 파이썬(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을 배워보려 한다"고 말했다.

판교 테크노밸리 [사진 : 매경DB]

'입시' 연관되면 100만원대…회사 지원에 개발자 대물림도

코딩교육업체인 디랩에 따르면 국내 코딩교육 시장 규모는 2022년 6000억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오는 2030년 예상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확산되면서 프로그래밍 교육열은 올해 들어 더 커지고 있단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 초 게임업체 등 IT업계를 중심으로 개발자 연봉이 크게 뛰면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판교 소재 코딩학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 잠시 주춤했지만 비대면 교육이 확산되면서 이미 지난해에 전년 대비 20% 정도 수강생이 늘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문의가 늘었다. 온라인 수업을 늘린 영향이 컸다"며 "과거에는 블록코딩부터 시작해 코딩 언어를 배우거나 자격증 준비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중심으로 입시 대비반과 경시대회반 등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교육비도 덩달아 뛰고 있다. 수업시간과 횟수, 커리큘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20만원대였던 한 달 수업료는 최근 일부 학원을 중심으로 40만원대까지 인상됐다. 주로 입시와 관련된 신규 커리큘럼이 생기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식이다. 특성화고 입시나 대학입시의 경우 1대 1 수업이 100만원대까지 치솟기도 한다.

교육비 부담에 집에서 직접 가르치는 '홈코딩'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부모가 동화책이나 교구 등을 활용해 직접 아이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식이다. 맘카페나 정보교류 게시판에는 홈코딩에 대한 문의가 자주 올라온다.

IT회사가 나서서 임직원 자녀의 코딩 교육을 지원하기도 한다. 넥슨의 어린이집 도토리소풍은 연령별 특별활동 일환으로 영어, 사고력수학, 유아코딩 등 특성화 교육을 진행한다. 외부 전문기관에서 교수법을 이수한 보육교사가 원아 눈높이에 맞춰 제작한 코딩키트와 디지털교재를 활용해 수업한다. 웹젠은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코딩 교실을 운영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중단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byk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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