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함께"..남북문화소통 기지개

2021. 4. 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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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작년 이맘때쯤 서울 마곡지구에 생긴 남북통합문화센터, 혹시 들어보셨나요?

◀ 차미연 앵커 ▶

탈북민과 일반 시민들의 소통을 돕고 통일시대에 대비한다는 취지로 만든 복합 문화공간이라는데요.

◀ 김필국 앵커 ▶

네, 하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그동안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는데요.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최근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 현장에 이상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봄, 서울 마곡지구에 둥지를 튼 통일부 남북통합문화센터.

남북 출신 주민들의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미래 통일시대에 대비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공간입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남북통합문화센터가 이곳에 들어선지 이제 1년이 되갑니다. 지금까진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활동들이 위축돼왔는데요. 최근들어 다시금 활기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모습인지 함께 들어가보시죠."

강의실 밖으로 새어나오는 익숙한 멜로디.

어딘가 초보적인 듯한 중년층의 아코디언 연주가 한창입니다.

건반에 손가락 얹기도 아직 버겁지만 눈빛에선 청년들 못지 않은 열의가 느껴집니다.

"솔솔라라 솔솔미 솔미레미도 도..그렇지!"

탈북민들과 남한 주민들이 일주일에 한번씩 이곳에서 만나 북한의 가장 대중적 악기라는 아코디언을 배우고 있는 겁니다.

수업은 북한에서 아코디언을 전공했고, 탈북 이후엔 남한에서 예술단을 운영중인 전문 강사가 맡았습니다.

[고정희/북한 출신 아코디언 강사] "북한에서는 선전활동, 문화예술활동을 많이 하는데 아코디언으로 많이 하더라고요. 피아노를 들고 다닐수도 없고 한국에서처럼 MR(반주음악)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다 아코디언으로 반주하고 기타 아코디언 북, 이렇게 해서 선전활동도 하고.."

말투도 차림새도 달라 처음엔 서로가 어색했지만,

[채성경/북한 출신 수강생] "문화적 차이라는게 언어에서 많이 표현되고 언어에서 많이 노출되잖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함께 하니까 빨리 배울수도 있고 우리가 체험할 수도 있고 해서.."

각자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배우면서 한달만에 친구가 됐습니다.

[김철기/남한 출신 수강생] "북쪽에서 오신 분들은 남쪽에 아무도 없잖아요. 거의 일반인으로 치면 고아죠 고아. 일가친척도 별로 없고 해서 상당히 외로움을 많이 타더라고요 여기선. 몇년 전부터 우연히 알게 돼서 같이 밥도 먹고 등산도 가고, 이러다보니까 이분들이 한번 마음을 열면 아주 따뜻한 사람인데.."

얼핏 쉬어보이길래 취재진도 도전해봤지만요, 역시 악기 하나 배우는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바람이 들어가요. 이 베이스를 누르면 바람이 들어가요. 동시에 이렇게 믹스가 되지"

비대면 영상수업이 대세인 때라 이렇게 소규모로나마 직접 얼굴보며 배우는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유하숙/북한 출신 수강생] "유튜브같이 여러군데 배워주는데가 많지만 그 사람들한테 못 배우는 기본적인 것들을 여기와서 배워가요. 오면 눈앞이 탁 트이는 것 같은 이런 감이 들어요."

건물 한층 위에 있던 또다른 강의실.

이곳에선 코딩 강좌가 새로 시작됐습니다.

[정명숙/코딩지도사] "8주동안 같이 로봇코딩 수업을 할텐데 로봇을 하기 전에 여러분이 먼저 코딩을 해야 돼요. 코딩은 다른 말로 프로그램이라고 해요."

기본적인 컴퓨터 코딩프로그램을 익힌뒤 이를 통해 직접 조립한 로봇을 움직여보는 수업이어서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는데요.

이곳의 수강생들 역시 대부분 초등학생들로, 남한과 북한 출신 부모들을 둔 아이들이 섞여 있습니다.

[북한 출신 엄마/딸 이세연(10세)] (오늘 여기 어떻게 왔어요?) "엄마가 추천해줘서요" (엄마가 뭐라고 추전해줬어요?) "로봇을 만든다고" (진짜? 뭘로?) "몰라요"

이러한 음악과 컴퓨터에다 글쓰기와 캘리그라피, 명상 전통공예 이모티콘만들기같은 강좌들도 소규모지만 조금씩 개설되고 있고, 남북 출신의 요리사가 각자의 요리를 선보이며 대결하는 프로그램까지 더해져 다채로움을 꾀하고 있습니다.

[강우준 교수/남북통합문화센터 소통문화 총괄] "작년에 이미 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여전히 우리가 비대면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어떤 특정 프로그램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효과적인 측면에서 대면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또 할 수 있는 부분들, 방역지침을 지켜가면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은 대면으로 해서.."

남북통합문화센터의 대표공간인 전시관과 통합문화체험관.

북한과 탈북민을 이해할 수 있는 각종 전시물을 살펴보고 남북의 문화 전반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데요.

코로나19로 뚝 끊겼던 이곳의 관람객 발길도 제한적이나마 살아나고 있습니다.

[큐레이터] "이 향을 맡음으로써 북녘의 고향을 떠올릴수 있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직접 향을 맡아보세요"

[김정호/ 대학생] "소나무향을 되게 좋아하는데 북한의 소나무향이라고 생각하니까 되게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되게 비슷한 향이 나는거 같아서 한국과 북한이 큰 차이가 없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3만여권의 책들을 보유한 도서관은 인근 주민들, 특히 어린이들이 애용하는 공간이 되고 있고, 탈북민들이 생산한 상품들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도 있는 전시관에다,

[김재호/대학생] "처음엔 그냥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박물관들, 지루함 이런 것들을 생각했었는데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탈북민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카페도 새로 생겨 남북화합의 특별한 사랑방이 되고 있습니다.

[김인실/북한 출신 바리스타] "(커피 바리스타라는게) 처음엔 아무래도 어렵죠. 근데 한 1~2년 지나고 나면 이제 모두 선수들이죠"

남북한 주민들의 미래 화합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기대하며 출범했던 남북통합문화센터.

뜻하지 않은 온라인 개관과 비대면 강좌로 그 출발은 미약했지만 이렇게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138098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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