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100도] "여성은 꽃이어라" 치켜세우는 북한, 그 속내는

김서연 기자 2021. 4. 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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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한 달 동안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녀성'(여성)이 자주 화두에 올랐다.

이날 신문과 선전매체에는 북한 전역 기업소나 가정에서 꽃다발을 받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여성들의 사진이 실렸다.

북한 여성들이 '나라의 꽃, 생활의 꽃, 가정의 꽃'으로 아름답게 피어난다는 문구는 구호처럼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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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칭찬 속에 숨어 있는 절박한 노동력 요구

[편집자주][북한 100℃]는 대중문화·스포츠·과학·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코너입니다. 뉴스1 북한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관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8일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날 일터에서 일꾼(간부)들이 근로자들에게 꽃다발을 준비해 줬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류원신발공장에서 꽃다발을 받는 여성 근로자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조선녀성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 고상하고 단정한 외모를 보아도, 착하고 근면하며 성실한 성품을 보아도, 총명하고 강인한 기질을 보아도 녀성적 미의 모든 장점을 다 안고있는 정말로 아름다운 우리 녀성들이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녀성'(여성)이 자주 화두에 올랐다. 눈에 띄는 첫 시작은 북한이 공휴일로 지정한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날 신문과 선전매체에는 북한 전역 기업소나 가정에서 꽃다발을 받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 여성들의 사진이 실렸다. 간부나 남편, 아들은 '어떻게 하면 여성들에게 기쁨을 더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출처=북한 선전매체 조선의오늘 갈무리> © 뉴스1

북한 여성들이 '나라의 꽃, 생활의 꽃, 가정의 꽃'으로 아름답게 피어난다는 문구는 구호처럼 반복됐다. 바깥세상과의 비교도 빠지지 않았다.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북한과 달리 수많은 여성이 박해와 모욕, 수모의 대상으로 쓰러져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우리 사회를 겨냥해서는 "말끝마다 '법치', '문명', '남녀평등'을 떠들면서 여성은 대대적인 해고와 차별행위를 받고 성적 학대와 폭행을 비롯한 온갖 폭력범죄의 희생물이 되고있다"라고 주장했다.

선전매체들은 여성은 '가정을 돌보며 사랑과 존경을 받아야 한다'면서 외국인의 입을 빌려가면서까지 북한 여성들의 삶을 찬양했다. '여성 중시, 여성 존중의 화원 속에 복된 삶'을 누리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조선의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다"라고 했다는 무리한 발언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북한의 여성 찬양은 결국 하나로 귀결됐다. '꽃'으로 복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화원'을 마련해 준 당에게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하라는 신념과도 같은 말이었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당과 수령에 대한 끝없는 충실성, 조국에 대한 무한한 헌신성에 뿌리를 뒀고 덕분에 힘 있는 존재, 꽃이 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어떻게든 노동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북한의 절박함이 엿보였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보통강신발공장 노동자들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노동력을 추동하기 위한 북한의 노력은 다소 어긋나는 상황도 연출했다. 한 선전매체는 여성 인권과 대우를 강조하고, 북한 여성은 노동 활동에서 힘든 일을 할 수 없는 국가적 혜택을 받는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보도는 건설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여성을 두고 '우리 여성들에게는 여자들이 할 일이 따로 있지 않다'는 취지로 이들이 조국을 받드는 보람찬 투쟁의 길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떨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당 결정 관철을 위한 선택적 묘사는 다른 영역에서도 관찰된다. 지난달 노동신문은 두 다리가 상하고 한 눈의 실명으로 10여년 전 노동 능력을 상실한 광부가 변함 없이 막장을 지켜 해마다 광물생산을 목표 이상으로 수행하며 불사조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다고 치하했다. 북한이 줄곧 자랑해 온 우월한 사회 및 보건제도, 서로 돕는 대가정은 그의 작업을 막지 않았다.

북한은 당에 '조건과 환경을 초월해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어머니의 모습을 투영해 '어머니당'이라고 부르고 있다. 충성스러운 인민은 이러한 은정을 베푸는 당과 최고지도자를 위해 모든 도전과 난관을 뚫고 헤쳐 나가야 한다.

특히 북한은 올해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발전이라는 기치를 더욱 확고히 내걸면서 자신의 목숨까지 바칠 주민들의 노동력이 절실하다. 여성, 나아가 인민들을 조명하는 매체들의 보도는 모두한테서 '없는 힘'까지 틀어 모아야 하는 북한의 안간힘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작년 북한 열병식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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