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트머니] SK이노 '배터리 아니면 죽음을 달라'

최서우 기자 2021. 4. 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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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 16조 감소...적자로 얼룩진 2020년도 재무 제표
■ 2020년도, 50조 원대 매출에서 36조 원대로 감소
■ 비중 95% 차지하는 석유 산업 난항 원인
■ 2021년에도 비슷한 현상 이어질 전망

Q. 2020년도 SK이노베이션 재무 제표, 상당한 특이점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SK이노베이션은 굉장히 큰 매출을 올렸던 회사입니다. 다소 줄긴 했지만 항상 50조 원 언저리를 기록했는데 2020년도는 34조 원에 그쳤습니다. 2019년 대비 32%가 줄어든 거죠. 이럴 수가 있나 싶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Q. 그럼 영업 이익은요?

영업 이익까지 가면 안 됩니다. 매출 총이익만 보시면 됩니다. 매출 총이익은 매출에서 원가만 뺀 거잖아요. 빗대자면 빵 만들 때 밀가루 가격과 제빵사 인건비를 뺀 셈인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있었어요. 중간에 점포 임대료, 판관비까지도 안 가고 이미 적자인 거죠. 만약에 이게 2021년까지 이어진다면 사업구조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Q.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요?

많은 분들이 SK이노베이션을 배터리 회사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배터리 매출 비중은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5%는 석유 관련 사업에서 나오는데요. 2020년에 원유 가격이 하락하면서 매출 원가가 매출액보다 더 커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비싸게 사서 싸게 판 거죠.

Q. 이 흐름이 202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시나요?

유가가 더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세계적으로 석유 소비가 줄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전기차 사용량이 늘고 있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인 친환경 정책을 실시하면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사업 구조적인 문제가 올 수밖에 없죠. 그래서 배터리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겁니다.

배터리에 사활 건 SK이노베이션, 뚜껑 열어보니 또 적자?
■ 지난해 배터리 영업손익률 -26%
■ 2019년 대비 5배 성장했지만 여전히 적자

Q. 그렇다면 올해 배터리 사업은 성장세를 보였는지

2019년에는 전체 매출의 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5%로 5배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영업 손익으로 봤을 때 적자 규모는 커졌는데 적자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어요. 영업손익률이 과거에는 –90%였는데 지금은 –26%, 아주 선방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SK이노베이션은 공장 가동률이 98%입니다. 계속해서 공장을 짓고 있는데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요. 배터리 자체가 전 세계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장기적으로는 흑자 전환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배터리 관련 투자도 원활하게 진행 중인지 궁금합니다

외부로부터 계속해서 차입금을 조달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부채율이 2017년에는 78%였는데 2020년에는 149%로 2배 증가했습니다. 필연적으로 이자 비용도 2천100억에서 3천700억 규모로 높아졌고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까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야 하니, SK이노베이션 내에서 ‘알짜’라 불리는 윤활유 사업부를 매각한다는 소문도 돌았었죠. 일단은 회사 측에서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Q.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은데요

이 부분은 사실상 끝난 문제인데요. 합의 과정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합의금 등 관련된 부분이 ‘우발부채’로 공시가 되어 있어요. 돈이 들어가는데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정도로 알리고 있는 거죠.

Q. 정리하자면 SK이노베이션은 석유 관련 사업이 메인이지만 관심은 배터리에 쏠려있다. 하지만 배터리 분야는 소송에 걸려있어 좋은 상황이 아니고 적자를 보고 있다. 다행인 건 적자 수준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맞나요?

네 맞습니다.

2021년도 난항 예상...그럼에도 장기전 준비 완료
■ 적자 행진에도 배터리 인력 351명 채용
■ 설비↑ 인력↑ 공격적 투자로 의지 내비쳐
■ 외부 상황까지 더해져 더불어 장기 난항 예상

Q. 2020년에는 인건비도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던데

맞습니다. 특히 배터리 관련 인력을 정말 많이 채용했어요. 전체 직원 수가 2019년 말에는 1천988명이었는데 2020년에는 2천339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정규직만 351명을 더 채용한 셈이죠. 매출이 엄청나게 줄어든 상황이지만 투자량은 늘리고 있고, 사람을 더 뽑은 걸 보면 배터리 사업에 정말 목숨을 걸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 결과가 어떻든 배터리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뽑아놓은 사원들 어떡할 거예요. 바로 해고할 수도 없고. 무조건 해야죠.

Q.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2021년에도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 같은데요

당장 모든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원래대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기본 비용 자체가 큰 폭으로 증가해버렸어요. 하지만 SK그룹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본사 차원에서도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2021년보다는 2022년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진행: 정석문 아나운서
구성: 황인솔 콘텐츠에디터
제작: SBS 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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