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전면 재검토하자

오건호 2021. 4. 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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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주택 공급 방식에서 새로운 원칙이 수립되어야 한다. 공공택지에는 공공주택만 짓도록 해야 한다. 3기 신도시와 2월4일 발표한 주택 공급대책 방향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
ⓒ연합뉴스

LH 직원들의 투기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요동치고 있다. 마침내 문재인 대통령도 부동산 적폐 청산을 선언했다. 사실 적폐라면 오랜 시간 쌓인 고질적 문제인 만큼 ‘촛불정부’ 이름에 걸맞게 임기 초반부터 바짝 청산작업에 나섰어야 했건만 거꾸로 종합부동산세를 물렁하게 다루고 임대사업자에게 특혜까지 제공해 오늘에 이르렀다. 그전 집권했던 야당은 물론이고 현재 정부와 여당도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말 정부는 부동산 적폐를 청산할 의지가 있는가? 그렇다면 지난날의 책임 공방을 넘어 앞으로 실천이 중요하다. 주택공급, 공공임대, 조세, 금융 등 전체 부동산 정책에서 사회경제 혁명 수준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화려한 문구의 형식치레 말고 당장 현안인 3기 신도시와 지난 2월4일 발표한 공급대책부터 전면 재검토하여 ‘다름’을 보여주어야 한다.

두 사업의 핵심은 주택 공급이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대한민국에서 공급 확대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유효한 방안이 아니라던 정부가 부동산 시장 불안정이 계속되자 서둘러 추진한 사업이다.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

이제는 새로운 원칙이 수립되어야 한다. 바로 ‘공공택지는 공공주택만!’ 현재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은 공공택지에서 정부가 지어야 할 공공주택 비율을 명시하고 있다. 전체 호수에서 공공임대주택 35% 이상, 공공분양주택 25% 이하 짓되 두 유형의 합이 50%를 넘어야 한다. ‘공공’으로 시작하는 유형이 절반 이상이니 공공주택에 중심을 둔 듯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공공임대주택은 영구임대와 국민임대처럼 장기임대주택뿐만 아니라 5년, 10년 임대 후 분양하는 주택도 포함한다. 민간에게 분양될 주택까지 공공임대주택으로 계산하는 수치 부풀리기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작년에 공공임대주택 약 170만 호를 확보하여 OECD 평균 수준인 장기 공공임대 재고율 8%를 달성했다’고 자화자찬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행법에서 장기 공공임대주택은 30년 이상 임대할 목적의 주택으로 정의되며 그 규모는 2019년 기준 93만 호, 4.3%에 불과하고, 기준을 넓혀 20년 이상 임대주택까지 포함해도 137만 호, 6.4%에 머문다(국토교통부의 〈임대주택통계〉 재계산). 또한 공공분양주택도 정부와 지자체 등이 공급 주체이지만 민간에게 판매되는 집이다. 이름만 ‘공공’일 뿐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택으로 변신하기에 주거의 공공성을 도모하지 못한다.

공공택지에 공공성 지닌 주택은 3분의 1에도 못 미쳐

결국 현재 공공택지에서 건설되는 주택 중 공공주체가 관리하는 규모는 공공임대주택 35% 정도이며 여기서 임대 후 분양주택까지 제외하면 수치는 더 줄어든다. 지금 진행 중인 3기 신도시도 이러한 기준에 맞춰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며, 아직 구체적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2·4 대책도 그러할 것이다. 정부가 강제로 토지를 수용해 조성한 공공택지에서 실제 공공성을 지닌 주택이 3분의 1에도 이르지 못하는 현실을 그냥 둘 수 없다.

앞으로 공공택지에서 건설하는 주택은 임대와 분양에서 모두 실질적인 공공주택이어야 한다. 입주자가 오래 살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리고, 분양주택도 반드시 공공주체에게 환매하는 토지임대 혹은 지분공유형 공공자가주택으로 공급하자. 그래야 공공주택이 투기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으며 임대와 분양이 혼합된 질 좋은 주거 공간으로 관리될 수 있다.

관건은 재정이다. 공공임대주택이든 공공자가주택이든 예산이 대폭 투입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공공택지를 조성한 후 땅과 집을 팔아 남긴 차익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자체 교차보조에 의존했다. 사실 땅장사, 집장사를 했다고 LH를 비판하지만 그 배경에는 예산 지원에 인색했던 정부와 정치권의 무책임이 존재한다.

LH 투기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철저한 수사와 보완조치로 부동산 투기를 생각도 못하게 해야 하며, 공공성을 제1순위 가치로 두어야 한다. 새 길은 멀리 있지 않다. 3기 신도시, 2·4 공급대책의 방향을 전환하라. 공공택지는 공공주택만!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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