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세 골프소설-5] 중세의 발자취

2021. 4. 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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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에서 한 시간 반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세인트 엔드루스로 향해 숙소가 있는 페리로드 A90길을 향해 나선 시간이 이틑날 새벽 6시.

3년 전, 그가 속한 미국 앤틱골프동우회 멤버인 유진 볼든 씨의 주선으로 안젤라 박물관장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한국의 제임스인데 골프 6백년사를 집필하는데 박물관에서 관장님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고 안젤라는 기꺼이 수락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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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몰고 세인트앤드루스로 들어섰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에딘버러에서 한 시간 반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세인트 엔드루스로 향해 숙소가 있는 페리로드 A90길을 향해 나선 시간이 이틑날 새벽 6시.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북해를 가로지르는 짧은 포드로드 다리를 건너면서 나타나는 M90하이웨이에는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특유의 날씨를 반영하듯 추적추적 비마저 흩뿌리고 있어 도로 사정은 좋은 편은 아니다. 양쪽 길가에서 들어오는 안개를 머금은 초원과 분지 형태의 산들이 그나마 7월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을씨년스러운 날씨를 달리는 여행자를 달래준다.

대회가 열리는 세인트 앤드루스 인근에 숙소를 잡지 않은 이유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디오픈이 열리는 주간에는 주변의 자그만 모텔까지 모두 동이 난다. 가격도 하룻밤에 무려 1천달러, 약 백만원을 웃도는 데다 예약도 쉽지 않다. 올드코스 18홀 옆의 B앤드B 호텔은 아예 PGA관계자들의 독차지다.

제임스는 올드코스 뿐 아니라 댄 브라운의 소설속 모든 여정을 소화해 내고 추적해야만 하는 명제를 지니고 있기에 에딘버러에 그만의 본부를 설치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했다. 게다가 민박집에서 독방을 써도 1백 달러가 안됐다.

이대로 하이웨이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지구의 최북단 북극이 보이는 바다가 나올 것이다. 또한 지구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하이랜드 국립공원도 볼 수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에 단골로 등장하는 네스호의 괴물도 이 국립공원 호수에 살고 있다. 내친김에 네스호까지 올라가 괴물을 보고싶다는 생각도 잠시, 이미 차는 세인트 앤드루스 출구로 나가 버린다.

왕복 2차선의 좁은 A91시골 도로는 제임스를 더욱 긴장시킨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차가 중앙분리대도 없이 오른쪽으로 씽씽 지나가는데 아직도 좌측통행의 어색함과 맞물려 손에 땀이 맺힌다. 그러면서도 이따금씩 눈앞에 나타나는 중세의 빛바랜 번사이드 등 시골 마을들은 앤틱과 오랜 물건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그의 아드레날린을 충분히 자극시킨다. 일부러 쿠파라는 마을에 내려 돌로 만든 보도블럭을 잠깐 걸으면서 편의점에서 쓸데없이 주전부리를 사는 그를 욕할 사람이 있을까.

그렇게 대 여섯 곳의 마을을 지난 뒤 다다른 올드코스의 전경은 그의 모든 세포를 전율케 한다. 17번 홀에 위치한 대회장 입구를 단숨에 지나면서 발걸음은 빨라진다. 우선 해야할 일이 있다.

안젤라!. 그녀가 거기에 있을까. 제임스의 연인도, 그리운 사람도 아닌 그녀를 찾아야 한다. 3년 전에 만나기로 해 놓고 지키지 못한 약속, 그러나 그것은 제임스 혼자만의 일방적인 약속이었다. 안젤라는 제임스를 잊었을까. 영국골프협회, R&A건물을 볼 겨를도 없이 스쳐 지나 곧 바로 들어간 곳은 다름아닌 브리티시 골프박물관, 문을 들어서자마자 그의 입에서는 “안젤라 박물관장을 지금 만나볼 수 있을까요”라는 외침이 먼저 나왔다.

다짜고짜로 물어대는 제임스를 쳐다보는 직원의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랬다. 3년 전, 그가 속한 미국 앤틱골프동우회 멤버인 유진 볼든 씨의 주선으로 안젤라 박물관장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한국의 제임스인데 골프 6백년사를 집필하는데 박물관에서 관장님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고 안젤라는 기꺼이 수락했었다. 그러나 제임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그렇게 3년이 흘렀던 것이다.

* 필자 이인세 씨는 미주 중앙일보 출신의 골프 역사학자로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 우승을 현장 취재하는 등 오랜 세월 미국 골프 대회를 경험했고 수많은 골프 기사를 썼고, 미국 앤틱골프협회 회원으로 남양주에 골프박물관을 세우기도 했다. 저서로는 <그린에서 세계를 품다> <골프 600년의 비밀> 이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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