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예술로 치유하다', 광주비엔날레 막올라

광주=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2021. 4. 3. 07: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월 9일까지 39일간 열려
광주비엔날레전시관·국립광주박물관 등지서 전시
40개국 69명 작가 참여
노르웨이와 핀란드 등 북유럽 소수민족 '사미족' 출신의 작가 오우티 피에스키가 사미족의 전통의상에 달린 장식을 형상화해 사미족 여성들과 함께 만든 '라이징 투게더'라는 작품으로, 연대와 공동체 정신을 표현했다. 곽인숙 기자
빨강, 노랑, 주황….

알록달록한 실로 엮어 만든 둥그런 조형물이 전시실 한가운데에 떠올랐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등 북유럽 소수민족 '사미족' 출신의 작가 오우티 피에스키가 사미족의 전통의상에 달린 장식을 형상화해 사미족 여성들과 함께 만든 '라이징 투게더'라는 작품으로, 연대와 공동체 정신을 표현했다. 비서구 세계의 삶과 공동체를 탐구하는 이번 광주 비엔날레의 주제,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과 맥이 통한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막이 두 차례나 연기된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1일 막을 올렸다. 5월 9일까지 39일간 개최되는 광주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국제현대미술 전시회다. 40여 개국 69명 작가의 작품 450여점을 볼 수 있다. 데프네 아야스, 나타샤 진발라가 공동 예술감독을 맡았다. 우리 작가로는 배영환, 김성환, 김상돈, 민정기, 이불, 문경원, 이갑철 등, 해외 작가로는 릴리안 린, 존 제라드, 카데르 아티아, 안나 안데렉, 세실리아 비쿠냐, 시오타 치하루 등이 참여했다.

주 전시 공간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5개 전시실에서는 예술이 가진 치유와 회복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특히 서구 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다원성을 강조하는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주류 미술계에서 한발 벗어난 다양한 국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각국 무속신앙과 제의적 예술, 자연과 생명,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여성과 페미니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처음으로 무료 개방되는 1전시실은 일종의 '티저(teaser)' 공간이다. 1전시실에서 소개된 작가들과 작품들이 다음 전시실에서 이어지며 구체화된다.

김상돈의 조각 설치 작품 '행렬'은 쉽게 볼 수 있는 재료와 토속적인 형상을 결합해 기이한 행렬을 이뤄냈다. 샤머니즘, 과잉 소비, 현대 정치, 식민 기억 등 다양한 상징으로 읽힐 수 있는 오브제들이 한데 모였다. 카트 위에 얹은 조형물이 눈에 띈다.

김상돈의 조각 설치 작품 '행렬'은 쉽게 볼 수 있는 재료와 토속적인 형상을 결합해 기이한 행렬을 이뤄냈다. 곽인숙 기자

인도네시아 작가 티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의 설치작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도 주목할 만하다. 등불 아래 하얀 천으로 뒤덮인 호랑이 사체 위로 까마귀가 날고 있다. 인도네시아 주민들이 그곳에서는 흉조(凶兆)로 여겨지는 호랑이를 칼로 찔러 죽인 모습이 담겨 있다. 초자연적 세계와 만나기 위해 등불을 밝히는 의식을 형상화했다.
인도네시아 작가 티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의 설치작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 곽인숙 기자

30여년간 여성 신을 탐구해온 미국 작가 릴리안 린의 설치작 '중력의 춤'은 역동적으로 소용돌이치며 회전하는 치마를 통해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검정 천이 치마가 펄럭거리듯 돌아가는데 천 끝에 붙어있는 LED 조명으로 입체적인 빛이 강하게 움직인다.

전시는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밖에서도 이어진다. 1935년 개관한 가장 오래된 극장인 광주극장에서는 주디 라둘의 영상 작품과 조피아 리데트의 포토몽타주를 볼 수 있다. 1980년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이 곳은 장소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많다.

1950년대 건축돼 1998년까지 선교사들이 사용했던 건물을 개조한 전시 공간인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와 시셀 톨라스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 김선정 대표이사는 "전무후무한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난관 속에서 차질 없이 행사를 준비해 왔다"며 "인간과 환경, 과거와 현재 등 다양한 형태의 연대와 만나고, 인류가 축적해 놓은 다채로운 사고의 틀을 사유하고 성찰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비엔날레는 특히 방역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각 전시관에 인공지능(AI) 방역 로봇을 도입했다. 관람 시간대별로 관람객 수를 제한하고, 매주 월요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휴관하며 개관 시간도 오전 9시에서 오전 10시로 조정했다. 국립광주박물관을 제외한 광주극장과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도 매주 월요일 문을 닫는다. 국립광주박물관, 광주극장 등 주요 전시 장소를 경유하는 셔틀버스가 운영된다.

1950년대 건축돼 1998년까지 선교사들이 사용했던 건물을 개조한 전시 공간인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전시된 시셀 톨라스의 'EQ_IQ_EQ'. 곽인숙 기자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광주=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