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잇단 사고에도 총기 수요는 오히려 늘어.. '총알 왕국' 풍산 표정관리

정민하 기자 2021. 4.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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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콜로라도주 볼더,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등 최근 미국에서 연이은 총격 난사 사건이 발생해 총기 규제 논의에 불이 붙고 있지만 탄약을 판매하는 한국 기업 풍산(103140)의 방산 매출은 견조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풍산의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꿨다. 방산 부문의 실적 회복으로 영업 수익성이 개선됐고 차입금 순상환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이후 ‘A’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풍산의 신용등급이 10년 만에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생겼다.

풍산의 미국 법인 PMC가 판매하는 탄약. /PMC 홈페이지 캡처

2016년만 해도 2178억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을 기록했던 풍산은 각 국간 무력 충돌이 줄고 업황 둔화가 이어지면서 2019년에 411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풍산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4.6% 상승한 121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조5936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늘었다.

풍산이 이같은 반등을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해부터 미국 내 탄약수요가 최대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총알의 왕국’이라 불리는 풍산은 5.56㎜ 소구경탄부터 155㎜ 곡사포탄까지 각종 탄약류를 생산하며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방산 사업 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증권가는 풍산의 지난해 방산 수출 매출액이 전년 대비 61%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은 정국불안이 이어지면서 총기 및 탄약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전후로 ‘사재기’ 수요가 늘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는 2300만개의 총기가 판매됐는데, 이는 2019년(1390만개)보다 65% 증가한 수치다.

총기류 사재기 현상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선 총기류를 구매하기 위해선 총기 관련 범죄 전력이 있는지 신원조회를 받아야 하는데, 지난 1월 뉴저지주에서 총기구입을 위한 FBI 신원조회는 전년 동기 대비 2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시간주와 조지아주에서도 전년보다 각각 155%, 68%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총기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미 백악관은 최근 미국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달 24일 총기 규제 정책에 관한 행정조치와 입법조치를 검토 중이라 밝혔다. 전날인 23일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서 공격용 무기와 고성능 자동 소총등을 금지시키는 입법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화당원 대부분이 총기 규제법 강화에 반대하고 있어 규제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총기 소유가 국민의 기본권에 속한 데다가 대형 총기 사건이 발생하면 자신을 지키고자 오히려 총기 판매가 급증한다"면서 "미 정치권 일각에서 총기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관련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는 등 실질적인 규제 입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풍산의 탄약 판매에 당분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풍산의 신동제품. /풍산 홈페이지 캡처

전기동 가격 상승도 호재다. 전기동은 전선과 배선에 사용되는 정련 구리로, 풍산의 주력 상품인 신동(伸銅)의 원자재다. 지난달 31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전기동 가격은 톤(t)당 8808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7달러 올랐다. 1년 전 t당 4797달러보다 약 83% 오른 수치다. 올해 1분기엔 직전분기보다 17% 오른 t당 8009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동 부문 영업실적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방만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는 코로나19 타격으로 신동 부문 기저가 매우 낮은 상황인데, 전년도 기저가 높은 방산 부문은 미주용 수주가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풍산은 1분기에도 글로벌 전기동 가격 강세에 힘입어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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