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재조사' 번복 논란에 드러난 軍 '민낯'

김정근 기자 2021. 4. 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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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방부가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작년 말 '천안함 사건' 관련 재조사 결정 사실을 통보받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내놓은 입장문 가운데 일부다.

규명위는 작년 12월 천안함 관련 조사 개시 결정 시점에 맞춰 진정인(신상철씨)와 피진정인(국방부) 앞으로 해당 결정문을 발송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규명위의 천안함 관련 조사 개시 결정문이 작년 12월21일 국방부에 송달된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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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왜곡 "조치하겠다"더니..보고도 대응도 없었다
규명위, 조사 결정 땐 유가족 의견 안 듣고 이제야 "심각"
서욱 국방부 장관. 2021.3.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은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방부가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작년 말 '천안함 사건' 관련 재조사 결정 사실을 통보받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내놓은 입장문 가운데 일부다.

규명위는 작년 12월 천안함 관련 조사 개시 결정 시점에 맞춰 진정인(신상철씨)와 피진정인(국방부) 앞으로 해당 결정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 같은 사실이 2일 규명위 관계자를 통해 언론에 알려지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

국방부는 그 이유에 대해 "실무부서에서 (결정문) 세부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위임전결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국회 국방위 출석 당시 천안함 관련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국방부는 왜곡·추측성 보도가 있을 때마다 대응했다"고 강조했었다. 서 장관은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살펴보고 조치하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달 1일 규명위의 천안함 관련 재조사 결정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타 기관 업무를 국방부에서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방부는 "과거 민군 합동조사 결과를 신뢰하며 지금도 그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며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서 장관이 얘기한 '대응'은 없었다.

그 사이 천안함 피격으로 '전사'한 장병들의 유가족과 생존 전우들은 재차 '음모론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아야 했다. 생존 전우들 중엔 현역 해군 장병도 있다.

그러나 국방부에선 "사건 조사가 끝났고 그 결과를 신뢰한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을 마친 후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며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2021.3.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그러던 중 규명위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란다. 전사자 "유가족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로 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규명위는 이튿날 회의에서 예상대로 천안함 재조사 결정을 '없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사안의 심각성"은 '천안함 사건 당시 숨진 장병들의 사망원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 달라'는 진정이 접수된 작년 9월에도, 또 조사 개시 결정이 내려진 작년 12월에도 있었다.

규명위는 당시 "유가족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수 있었지만, 3개월여가 지나 관련 보도를 본 유가족들의 항의방문하기 전까진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규명위의 재조사 결정 번복과 관련해 국방부에 다시 입장을 물었지만, 이번엔 아예 답변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규명위의 천안함 관련 조사 개시 결정문이 작년 12월21일 국방부에 송달된 사실이 확인됐다.

그제서야 국방부에선 '서 장관도 청와대(국가안보실)도 해당 결정문 발송 사실을 몰랐다'는 새 입장이 나왔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 같은 해명은 오히려 실무부서 직원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나 '꼬리 자르기'와 다를 게 없단 비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한 예비역 인사는 "군에서 보고는 의무"라면서 "국방부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그게 더 큰 문제"라고 혀를 찼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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