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감독과 도로공사의 동행..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신뢰'와 '존중'

이재상 기자 2021. 4. 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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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상의발리톡] 팀 리빌딩은 가장 어려운 문제
"어리고 능력 있는 선수들, 좀 더 기회를 줄 것"
1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경기에서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2021.1.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가 김종민(47) 감독과 의미 있는 동행을 이어간다. 도로공사는 지난달 31일 김 감독과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2020-21시즌을 아쉽게 4위로 마쳤던 도로공사는 고민 끝에 김종민 감독을 재신임 했다.

남자부 대한항공 코치, 감독대행을 거쳐 2013년부터 대한항공 사령탑을 맡았던 김 감독은 2016년 3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여자부 도로공사의 지휘봉을 잡으며 낯선 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2016-17시즌을 최하위로 마쳤던 김 감독은 2017-18시즌 도로공사의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8-19시즌은 흥국생명과 챔프전 끝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투지 있는 플레이로 호평 받았다.

다만 이후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지난해는 외국인 선수의 부상 등이 겹치며 최하위에 머물렀고, 이번 시즌 IBK기업은행에 1점 뒤져 봄 배구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선수단 관리 등 감독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 김 감독과의 재계약을 발표했다.

다시 기회를 얻게 된 김종민 감독은 지난해 아쉬웠던 부분을 돌아보며 더 탄탄한 팀을 꾸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철저한 자기 반성과 함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여러 가지를 구상하고 있다.

도로공사는 선수 면면을 봤을 때는 다른 팀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세터 이고은에 센터 정대영, 배유나, 레프트 박정아와 문정원, 전새얀, 리베로 임명옥 등 '베스트 7'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여자 프로배구 한국 도로공사 선수들. (한국배구연맹 제공) © 뉴스1

여기에 포지션 별로 정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 다 년 간에 걸쳐 '시스템 배구'를 구축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도로공사가 어느 팀과 붙어도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된 것도 철저한 분업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명이 흔들려도 다른 선수들이 도우며 도로공사는 한 시즌을 버텨냈다.

이 모든 것은 김종민 감독과 선수들 간에 신뢰,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지만 시즌을 치르다 보면 이러한 존중과 신뢰가 결여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다만 도로공사는 주축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30대라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여기에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크다는 것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김 감독은 팀의 미래를 위해 시스템 배구에 조금씩 변화를 줄 계획이다. 당장 인위적인 리빌딩은 아니지만 포지션별로 능력이 되는 어린 선수들의 출전시간을 늘리며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잡는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그 동안 문정원-임명옥 중심의 2인 리시브 체제서 탈피, 전새얀 등이 포함된 3인 리시브 라인 체제 구축도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 박정아의 레프트뿐만 아니라 라이트 기용 등 다양한 포지션 변화도 시도해본다는 계획이다. 또한 필요한 포지션마다 선수를 보강하기 위한 구상에도 여념이 없다

김 감독은 지난해 도로공사의 새 주전세터로 자리매김한 이고은을 향한 신뢰도 전했다.

도로공사는 'V1'을 견인했던 세터 이효희가 2019-20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며 혼란을 겪었다. 팀이 패할 때마다 일부에서 "이효희가 있었다면…" 이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김 감독은 흔들림 없이 이고은을 믿었다. 비록 봄 배구에 나서지 못하며 아쉬운 결과를 받아 들었지만 다음 시즌 더 나아질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이효희 도로공사 코치가 27일 오후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의 홈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에서 김종민 감독(왼쪽)의 축하를 받고 있다. (KOVO 제공) 2021.2.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김종민 감독은 통렬한 자기반성도 잊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이)효희가 하던 토스를 보다 고은이를 보면서 불만도 많았다"며 "하지만 그것부터가 미스였다. 분명 다른 선수기 때문에 다른 기준으로 봤어야 한다. 나부터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팀 운영이 초반에 흔들렸다. 이제는 고은이가 중심이 돼야 한다. 고은이 토스에 맞게끔 팀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팀들은 성적과 함께 '리빌딩'을 원한다. 하지만 실력이 동반되지 않는 리빌딩은 의미가 없다. 한 배구인은 "매일 패하면 그 속에서 무엇을 얼마나 배울 수 있겠나. 패배도 중요하지만 이기면서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리빌딩은 항상 쉽지 않다"면서 "한두 포지션 등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기량을 끌어 올리면서 서서히 변화를 가져갈 것이다. 도로공사에서 다시 기회를 준만큼 선수들과 함께 다시 도약해 보겠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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