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대출 경쟁 벌이는 서울시장 후보들..부실은 '나 몰라라'

이윤정 기자 2021. 4.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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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열띤 금융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재정) 한도를 정해둔 정책은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후보들이 내놓은 무이자대출 공약은 결국 재정 지원인 만큼 지속적으로 재정 투입이 돼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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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열띤 금융지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소상공인에게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 ‘무이자 대출’을 내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신용 평가 없이 이자도 받지 않는 이러한 정책은 부실을 키워 향후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는데다, 소상공인의 빚 의존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 후보와 오 후보 모두 소상공인 관련 공약으로 무이자 대출을 약속했다. 담보와 신용이 부족한 소상공인을 위해 서울신용보증재단(서울신보)이 원금을 보장해주고, 이자는 서울시가 대신 내주는 방식이다. 박 후보는 모든 소상공인에게 최대 5000만원을, 집합금지 소상공인에겐 임차료 명목으로 최대 2000만원을 공짜로 빌려주겠다는 구상이다. 오 후보는 매출이 30% 하락한 소상공인에게 최대 1억원을 무이자 대출해주겠다고 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오른쪽) 국민의힘 후보./국회사진기자단

두 후보가 내건 무이자대출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 먼저 재정상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이자대출 공약을 실현하려면 서울신보의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박 후보는 서울신보 출연금을 현재 수준에서 2500억원을 늘리겠다고 했다. 오 후보는 최대 1600억원이면 서울신보 출연금에 이자지원액까지 부담할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놨다. 올해 서울신보 출연금은 서울시 119억원, 자치구 40억원, 금융사 541억원 등 총 700억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재정) 한도를 정해둔 정책은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후보들이 내놓은 무이자대출 공약은 결국 재정 지원인 만큼 지속적으로 재정 투입이 돼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보는 법적으로 출연금의 15배까지 보증을 할 수 있는데, 이미 12배까지 대출을 집행한 상황이다. 박 후보 측은 최대 보증 금액을 2조원으로 책정해둔 것으로 나타났다. 5000만원 한도를 꽉 채워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4만명까지만 받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소상공인 사업체는 64만3100개에 달한다. 오 후보 측은 정확한 최대 보증 금액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픽=이민경

무이자 대출 공약이 실현되면 대출 부실을 키우고, 결국 이는 서울시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후보는 대출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담보나 신용은 보지 않겠다고 했다. 즉 ‘빚 갚을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검증 없이 일단 돈부터 빌려주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에 따라 이율을 책정하고 꾸준히 이자를 받는 것은 결국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인데 이를 모두 없앤 것"이라며 "서울신보에 출연하는 돈도 결국 서울시민이 낸 세금인 만큼, 부실이 발생하면 시민의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빚 의존도’만 키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위기를 맞은 소상공인은 무이자 대출로 미래를 담보할 수 있겠지만, 사업성이 부족한 소상공인은 결국 빚의 늪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일시적 코로나19 지원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소상공인의 수익성을 높이는 등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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