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사업 호황 속 아픈 손가락.. 건설사 '호텔사업' 실적 일제히 악화
분양 시장 호황과 정부의 공급 확대 기조로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들이 보유·운영하고 있는 호텔업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 한·일 관계 악화로 해외 관광객 감소가 이어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며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3일 각 회사가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DL(옛 대림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의 작년 한해 매출액은 약 608억원으로, 전년(약 1001억원)보다 39.3% 감소했다. 전년에는 8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순손실은 76억원에 이르렀다.
글래드호텔앤리조트는 메종글래드제주호텔, 항공우주호텔, 글래드호텔 여의도, 글래드라이브를 소유·운영하고 있다. 앞서 성적이 부진했던 서울 중구 소재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HIEX을지호텔)의 영업은 2019년 6월 20일부로 종료했다.
부영그룹의 리조트사업도 적자 규모가 커졌다. 부영주택이 지분 74.95%를 보유하고 있는 무주덕유산리조트(콘도, 골프장, 스키장)의 작년 매출은 328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22.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88억원으로 규모가 전년보다 80.6% 늘어났다.
대우건설 종속기업인 대우송도(쉐라톤)호텔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275억원)보다 33.4% 줄어든 183억원이었는데 순손실은 전년(210억원)보다 줄어든 53억원을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종속기업인 호텔에이치디씨(호텔HDC)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약 5.31% 줄어든 649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8.3% 줄어든 7억원으로 집계됐다. 호텔에이치디씨는 HDC현대산업개발의 파크하얏트서울호텔, 파크하얏트부산호텔, 강원도 고성군 아이파크콘도, 강원도 정선군 파크로쉬와 KT에스테이트의 안다즈 서울 강남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경영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꼽았다. 코로나 확산으로 객실 영업 중단 조치가 내려졌고, 관광숙박업체의 줄폐업과 휴업도 잇달았다. 한국호텔업협회는 지난해 호텔 평균 객실이용률이 1월을 제외하고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호텔 뷔페 음식 배송서비스를 시작하고 재택근무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대실 프로모션 등 각종 마케팅 전략을 펼쳤지만, 세계적으로 특수한 상황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호텔·리조트 사업 부문 실적이 나빴지만 각사의 주택건설 사업부문은 지난해 호실적에 성장세도 보였다.
DL이앤씨는 분할 전 기준 작년 매출액 10조2650억원, 영업이익 1조1781억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영향 속에서도 건설사업은 7413억원의 별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계열사 삼호와 고려개발을 합병해 탄생한 DL건설의 작년 매출액은 2019년에 비해 35.5% 증가한 1조7346억원, 영업이익은 42.2% 증가한 2034억원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은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6% 줄어든 8조1367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53.3%나 증가한 5583억원, 당기순이익도 40.5% 늘어난 282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6.9%로 최근 5개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작년 영업이익은 6.21% 증가한 5857억원을 거뒀지만, 순이익은 46.8% 줄어든 2200억원에 그쳤다. 순이익 감소는 주택사업 부진 때문이 아닌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금 2000억원이 영업외비용으로 반영된 데 따른 영향이라는 것이 이 회사의 설명이다. 부영주택은 작년 실적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주택사업 중심의 건설 사업 투자 빅(Big)사이클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윤승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해 대형건설사들은 하반기부터 작년 기 분양 주택 매출화와 함께 본격적인 외형·이익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현재 주택 수급 상황을 감안하면 주택사업 중심의 건설 증익 사이클이 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호텔업종이 그룹의 전체 경영 실적을 갉아먹고 있는 면이 있으나 코로나 백신 보급 이후에는 그동안 억눌려왔던 소비심리와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이번 고비를 잘 넘겨보자는 게 그룹 내부의 목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당분간 호텔업종에 대한 확장 및 신규 투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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