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계약때보다 3배 비싼 요금"..노인 울리는 휴대전화 약정 주의보
[※편집자 주 = 이 기사는 김지선(가명·49)씨 등 제보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신다현 인턴기자 = 최근 휴대전화 약정을 체결한 일부 노인들이 판매점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휴대전화 판매점이 복잡한 계약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고령층 고객에게 상세한 내용을 안내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했다는 하소연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동통신사 '시니어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는 65세 이상 고령층 소비자의 지난해 이동통신서비스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162건에 달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계약때보다 비싼 요금 청구…스마트폰에 타인 계정 연계도
80대 동작구민인 김영호(가명)씨는 지난 1월 자택 인근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당시 계약서에는 첫 넉달 동안 1만2천650원, 다섯 달째부터 9천480원이 청구된다고 기재돼 있었지만 실제 청구된 첫 달 이용요금은 4만140원이었다. 안내받은 금액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김씨가 청구요금이 계약서와 다른 것을 문의하자 판매점은 카드 등록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고 기초연금 수급 증빙 자료도 제출하지 않아 할인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신용카드를 일정액 이상 사용하면 기깃값 총 36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고, 기초연급 수급자 할인(월 1만2천100원) 혜택도 받을 수 있지만 김씨 실수로 할인이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씨 딸이 카드사 등에 문의한 결과 카드사가 아니라 판매점이 처리해야 하는 카드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할인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판매점은 추가 자료 없이도 김씨가 기초연금 수급자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확인 절차 역시 진행하지 않았다.
판매점은 김씨 딸로부터 항의를 받고서야 계약서에 명시된 금액대로 요금이 청구되도록 조처했다.
김씨 딸 김지선씨는 "아버지는 휴대전화 계약 당시 설명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한다"며 "꼼꼼히 따지고 대처하기 힘든 어르신이 얼마나 억울했겠냐"고 말했다.
판매점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방문했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어 폐업한 것처럼 보였다. 판매자도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부 노인은 휴대전화 기본 설정과 이메일 등이 타인 계정으로 등록된 것을 모른 채 계약하기도 했다.
최정순(가명·70대)씨는 6년 전 스마트폰을 개통할 때 타인 계정이 등록됐지만 이를 알지 못한 채 사용하다 최근 손녀가 확인하고서야 계정을 변경했다.
최씨 손녀 임주연(가명·24)씨는 "할머니는 평소 메일을 이용하거나 계정을 확인할 일이 없으니 타인 계정이 연결된 것도 전혀 모른 채 6년을 사용했다"며 "휴대전화에 담긴 정보가 해당 계정을 통해 어디로 유출됐을지 몰라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보 취약한 고령층 맞춤형 안내·보호장치 필요"
일부 휴대전화 판매점이 노인들을 상대로 부당한 계약을 맺거나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고령층이 복잡한 계약 내용에 익숙하지 않아 빠른 계약을 유도하고 불필요한 요금제, 부가서비스 가입을 권유하기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판매점이 계약 과정에서 고령층을 속이는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황동현 한성대 자율교양학부 교수는 "휴대전화 계약 과정에서 고령층을 보호할 수 있는 이용약관을 포함해야 한다"며 "복잡한 정보를 빠르게 이해하기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문자 등으로 관련 사항을 충분히 안내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소비자가 신고를 통해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계약 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이용 요금을 잘못 청구한 것이 확인되면 사후 규제를 통해 시정하고 있다"며 "고령층에게도 맞춤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휴대전화 가입이나 해지 시 주의할 점을 교육해 휴대전화 계약과 관련한 피해를 예방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shinda020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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