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기질 있어서.." 정영삼은 '라스트댄스' 포기하지 않았다 [MD스토리]

2021. 4.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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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제가 좀비 기질이 있어서….” 정영삼(37, 188cm)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전자랜드’라는 이름으로 열리는 마지막 경기를 선수들과 함께 코트에서 누비기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

정영삼에게 지난달 17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경기는 인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고 치른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가 됐다. 정영삼은 3쿼터 중반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배강률과 충돌, 왼쪽무릎 타박상을 입으며 교체됐다.

1차 진단에서 뼈와 인대에 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받았을 때만 해도 정영삼은 정규리그 막판 복귀가 예상됐다. 하지만 정밀진단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무릎 근육 파열. 지난달 27일 기준, 정영삼은 복귀까지 4주 이상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정영삼의 플레이오프 결장 가능성이 점쳐진 배경이었다.

하지만 정영삼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전자랜드가 농구단을 운영하는 마지막 시즌인 만큼, 플레이오프에서 복귀하겠다는 일념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병원 측에서 6강은 안 될 것 같다고 하셨지만, 회복세가 생각보다 빠르다.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라고 운을 뗀 정영삼은 “어떻게든 복귀한다면, (차)바위나 (전)현우가 힘들 때 잠깐 백업 역할을 할 수 있다.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감독님이 불안한 마음에 투입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엔트리라도 들어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영삼이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복귀를 준비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전자랜드의 ‘은퇴 시즌’을 맞아 팬들과 약속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스로 새긴 다짐도 있었다.

정영삼은 “시즌 전 팬들에게 마지막 경기까지 뛰겠다는 약속을 했다. 뿐만 아니라 전자랜드라는 팀이 멋있게 은퇴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전자랜드의 마지막 시즌을 부상으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 끝까지 동료들과 함께 하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훈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영삼은 또한 “가벼운 점프, 러닝이 가능해 슈팅훈련을 하고 있다. 근력훈련도 시작했다. 진단 결과에 비해 회복세는 긍정적이다. 끝까지 해봐야 하지 않겠나. 뭐든지 간절해야 이뤄지는 법이다. 이렇게 시즌을 마무리하면, 팀에 미안한 걸 떠나 너무 억울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 “전자랜드 아니었다면 벌써 은퇴하지 않았을까”

정영삼에게 ‘투혼’은 낯설지 않은 단어다. 정영삼은 2013-2014시즌 종료 후 데뷔 첫 FA 자격을 취득, 전자랜드와 5년 보수총액 4억원에 계약한 바 있다. 남다른 각오로 2014-2015시즌을 맞은 정영삼은 시즌 초반 왼쪽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정영삼은 “시즌 종료 후 수술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혔고, 짧은 공백기를 딛고 시즌을 완주했다. 전자랜드가 4강에서 원주 동부(현 DB)에 석패, 창단 첫 챔프전 진출을 눈앞에서 놓쳤으나 ‘감동랜드’라고 불렸던 바로 그 시즌이었다. 정영삼은 시즌 종료 후 열린 한국농구대상에서 신설된 투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FA 계약 후 첫 시즌이었는데 ‘먹튀’ 될 순 없지 않나. (왼쪽이 아닌 오른쪽 인대가 끊어졌다면?)그래도 시즌 끝나고 수술하는 쪽을 택했을 것”이라고 운을 뗀 정영삼은 “제가 좀비 기질이 있어서…(웃음).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어도 뛴 적이 있었으니 이번에도 금방 돌아가겠다. 내가 앞으로 뛰면 얼마나 더 뛰겠나. 몸 아낄 나이가 아니다. 할 수 있을 때 1경기라도 더 열심히 뛰어야 할 나이다”라고 덧붙였다.

대우 제우스에 이어 신세기 빅스(SK 빅스 시절 포함)까지 유독 사연 많았던 인천 프로농구단은 2003년에 전자랜드가 창단한 후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2018-2019시즌에는 마침내 창단 첫 챔프전 진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정영삼은 사연 많은 전자랜드에서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큰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7-2008시즌 전자랜드에서 데뷔한 정영삼은 이적 없이 정규리그 통산 565경기를 소화했다. 역대 전자랜드 선수 가운데 최다 출장 기록이다. “지금의 제가 있도록 만들어준, 갓난아이를 훌륭한 선수로 키워준 부모님 같은 팀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전자랜드가 아니었다면 벌써 은퇴하지 않았을까.” 정영삼의 말이다.

농구계에서는 전자랜드 인수 기업과 관련해 긍정적인 소식이 나올 것이라는 설이 있지만, 아직 KBL 차원에서 공식 발표된 사안은 없다. 어쨌든 전자랜드가 치르는 마지막 시즌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정영삼이 벤치멤버들조차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이유다.

정영삼은 “전자랜드는 멋진 팀이다. 이 팀의 마지막 시즌을 12명 엔트리에 포함돼 끝까지 치르고 있는 동생들이 대견하면서도 너무 부럽다. 나 역시 간절했고,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다. 사실 그래서 요새 잠도 못 잔다.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영삼은 이어 “며칠 전 (임)준수에게 ‘네 입장에선 형이 부러울 수도 있겠지만, 나는 벤치에서 파이팅 불어넣고 있는 네가 부럽다’라고 말했다. 정규리그를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마음 아프지만, 어떻게든 플레이오프 엔트리는 들어가고 싶다. 밤새워서라도 근력을 만들겠다.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대견한 동생들을 향한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동생들은 너무 잘해주고 있다. 앞으로 더 잘할 거라 믿고, 부상 없이 플레이오프를 즐기길 바란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우리 팀이 더 잘할 거란 느낌도 든다.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정영삼은 ‘라스트댄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정영삼. 사진 = 마이데일리DB. KBL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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