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단지 활약할 뿐, 개막전 달군 A.카브레라[슬로우볼]

안형준 2021. 4.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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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노병은 죽지 않았다. 단지 활약할 뿐이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는 4월 2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치른 2021시즌 개막전에서 패했다. 애리조나는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를 내세워 다르빗슈 유가 선발로 나선 샌디에이고와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7-8 석패를 당했다.

비록 패했지만 애리조나는 막강한 전력을 구축한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돋보인 선수가 있었다. 바로 5번타자 겸 3루수로 나선 베테랑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였다.

카브레라는 이날 홈런 포함 멀티히트 3타점 맹타로 팀 타선을 이끌었다. 첫 타석부터 적시타를 신고한 카브레라는 세 번째 타석에서 2점포를 쏘아올리며 다르빗슈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비록 9회초 경기 마지막 타자로 아웃됐지만 카브레라는 35세 나이가 무색한 활약을 펼쳤고 통산 15번째 시즌도 건재한 모습으로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1985년생 우투양타 내야수 카브레라는 2002년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에서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고 2007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데뷔했다. 이제는 KBO리그로 향한 추신수와 함께 뛴 카브레라는 데뷔 5년만에 유격수로 올스타에 선정됐고 그 해 실버슬러거까지 수상했다. 2011-2012년 2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되며 전성기를 누렸다.

'특급'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다. 2할 후반대의 타율과 0.700이상의 OPS, 15개 전후의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수준급 공격력을 갖췄지만 리그를 지배할만한 최고의 타자는 아니었고 수비도 아주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두 번째 올스타 선정 후 성적이 하락했고 2014시즌 도중 트레이드 돼 클리블랜드를 떠났다.

이후 워싱턴 내셔널스, 탬파베이 레이스, 뉴욕 메츠, 필라델피아 필리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을 거치며 저니맨의 길을 걸었다. 단기계약을 반복하며 거의 매년 입는 유니폼이 바뀌었다. 아주 돋보이는 성적을 쓰지도 못했고 2012년 올스타 선정 이후로는 올스타는 물론 수상과도 거리가 멀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치없는 선수가 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 한 팀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는 저니맨이 됐지만 한 번도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적은 없었다. 거의 매년 FA 시장으로 향했지만 카브레라를 원하는 팀은 반드시 있었다. 그리고 카브레라는 거의 매번 충분히 가치있는 활약을 펼쳤다.

다소 기복은 있었지만 카브레라는 평균을 웃돌거나 평균에서 크게 부족하지 않은 생산성을 유지했고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팀이 필요한 곳을 채워줬다. 풀타임 데뷔 후 13년 동안 fWAR 26.8을 기록한 카브레라는 연평균 +2 이상의 fWAR를 쌓았고 이는 카브레라의 연봉이 2014년(10M)을 제외하면 한 번도 830만 달러 이상인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치있는 활약이었다.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을 때마다 연봉도 줄어들었지만 성적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카브레라는 30대에 접어든 후에도 기량을 유지했고 최근 5시즌 연속 0.750 이상의 OPS를 기록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어서도 여전히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빠르고 발사각도 높은 타구를 날리는 타자였고 기대지표 역시 평균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카브레라는 2019년 워싱턴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가 되기도 했다.

관점에 따라서는 '기껏해야 평균 수준'이라는 혹평을 받을 수도 있지만 카브레라가 MVP 경쟁을 펼쳐주기를 바라면서 그를 영입하는 팀은 없다. 저니맨이 된 카브레라에게 손을 내미는 구단들은 '부족한 포지션을 단기간 동안 저렴한 가격에 적당히 채우기를 원하는' 팀들이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카브레라는 딱히 흠잡을 곳 없는 만족스러운 선수다. 카브레라의 올시즌 연봉은 175만 달러에 불과하다.

카브레라는 이날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양팀 야수 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였다(ARI 스티븐 보트 1984년생). 하지만 자신보다 몇 배 이상 많은 연봉을 받는 젊은 선수들과도 견줄만한 활약으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개막전부터 홈런을 쏘아올리며 개인 통산 200홈런 고지에도 11개만을 남겨뒀다.

노병의 힘을 보이며 강렬하게 시즌 시작을 알린 카브레라가 과연 올시즌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주목된다. 카브레라는 빅리그 통산 1,713경기에서 .268/.330/.426, 189홈런 830타점 90도루를 기록 중이다.(자료사진=아스드루발 카브레라)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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