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PPL이 한 건 했네"..돌솥비빔밥이 中 음식이라니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돌솥비빔밥, 중국 동북 3성 특유 음식"
韓드라마에 등장한 중국 '차돌박이 비빔밥'
문화공정 vs 자본유치..콘텐츠 업계 '시름'
세계
"'돌솥비빔밥'은 한반도를 포함해 중국 동북지방 헤이룽장(黑龍江)·지린(吉林)·랴오닝(遼寧)성 특유의 밥 요리다."
돌솥비빔밥 검색 결과와 함께 나오는 사진을 보면 고사리나물, 시금치나물, 애호박볶음, 버섯볶음, 당근볶음 등 각종 나물들 사이에 부친 달걀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먹어온 돌솥비빔밥과 꼭 닮은 모습입니다.
韓 돌솥비빔밥이 중국 동북 3성 음식이라고?
최근 김치와 삼계탕 기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중국이 또 다시 한국 전통음식의 유래를 왜곡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바이두는 한국의 네이버와 같은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로, 현지 검색 엔진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중국 대표 포털에서 한국의 돌솥비빔밥의 유래를 교묘하게 기술하고 있어 중국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비빔밥'의 한중 기원 논란은 예전부터 존재했습니다. 1890년대 쓰인 작자 미상의 음식백과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 비빔밥을 '골동반(骨董飯)'으로 적어 중국의 음식에서 유래했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학계에서는 비빔밥을 한자로 적기 위해 중국식 표현을 차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중국의 골동반과 한국의 비빔밥은 엄연히 다른 음식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발행한 한식문화사전에 따르면 골동반은 밥에 여러 가지 음식을 섞어서 익힌 것으로, 한국의 비빔밥처럼 밥을 지어서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비벼 먹는 음식이 아닙니다. 콩나물밥처럼 밥에 여러 가지 재료를 뒤섞어 넣고 지은 음식인 것이란 설명입니다.
한국 드라마에 등장한 중국 '차돌박이 비빔밥'
문제는 최근 한국 문화와 음식이 전세계로 뻗어나가면서 한국 고유의 음식이 중국산으로 탈바꿈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빔밥의 경우 최근 tvN 드라마 '빈센조'의 중국 기업 간접광고(PPL)로 등장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빈센조'에 등장하는 중국 비빔밥 제품에는 한국어로 '차돌박이 돌솥비빔밥'이 큼지막하게 적혀있습니다. 등장 시간은 단 3초에 불과하지만, 영상 속 비빔밥은 밥과 반찬, 계란, 김 고명까지 곁들여 먹는 방식이 한국의 비빔밥과 무척 유사한 모습입니다. 이 제품은 중국 내수 전용인데 국내 드라마에 등장한 것입니다. 어쨌거나 한국 전통 음식인 비빔밥이 중국 브랜드로 대체돼 자칫 이 영상을 본 해외 시청자들의 경우 중국 음식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시청자들의 지적에 '빈센조' 제작진은 문제가 된 장면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드라마 제작비 충당을 위해 선택한 상황이겠지만, 중국이 김치, 한복, 판소리 등을 '자국의 문화'라고 어이없는 주장을 계속해서 펼치는 요즘 같은 시기엔 안타까운 결정"이라며 "가장 우려되는 건 중국어로 적힌 일회용 용기에 담긴 비빔밥이 자칫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중국 음식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외에도 tvN 드라마 '여신강림'도 중국산 PPL로 대중의 뭇매를 맞았고, SBS '조선구마사'는 중국풍 소품과 역사왜곡 논란 끝에 방송 2회 만에 폐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은 바 있습니다.
문화공정 VS 자본유치…콘텐츠 업계 깊어지는 시름
한국 전통 음식 문화를 비롯해 드라마, 영화, 음악 등 한류 문화는 소중한 우리의 자산입니다. 미래 경제성장의 동력으로써 한류 문화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방탄소년단(BTS) 등 우리나라 가수들과 드라마, 애니매이션의 활약 덕분에 2018년 한류 콘텐츠 수출액이 사상 첫 1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공개한 '2019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도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96억1504만달러(약 10조5000억원)에 달했습니다. 국내 전 산업 수출액이 전년 대비 5.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입니다.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연평균 16.2%씩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문화 공정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중국의 문화 공정과 고품질 콘텐츠 제작 사이에서 '차이나 머니'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해야 할까요. 국내 콘텐츠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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