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접종 속도전.."접종간격 늘려도 효과동일-2차물량 확보 관건"

김서영 2021. 4. 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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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AZ백신 접종간격 길수록 효과↑..12주보다 더 늦어져선 안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살피는 정은경 청장 (청주=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보건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마친 뒤 백신을 살펴보고 있다. 2021.4.1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오주현 기자 = 정부가 2분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 대상을 최대한 늘리기로 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각국의 '백신 전쟁' 속에 수급 불안이 현실화하고 국내 코로나19도 재확산세를 보이자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3분기 접종 대상자 중 일부를 2분기로, 또 2분기 대상자는 가급적 4∼5월로 앞당겨 접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른바 '쥐어짜는 주사기'로 알려진 국산 최소 잔여량 주사기(LDS)를 이용해 백신 폐기량을 최소화해 이를 활용하고, 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1·2차 접종간격도 10주에서 12주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접종간격 조정은 2차 접종용 비축분을 1차 접종에 미리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한정된 백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2차 접종용 비축분을 미리 쓴 뒤 정해진 날짜에 백신을 공급받지 못할 경우 큰 틀의 접종계획이 틀어지기 때문에 철저한 후속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Z백신 1·2차 접종간격 12주로 확대…2차 접종 비축분 미리 활용

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하 추진단)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예방접종 2분기 시행계획' 보완 방안을 확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간격을 탄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백신 수급에 숨통을 틔워 2분기 대상자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앞서 백신 접종 예약 시기를 고려해 접종간격을 10주로 정했는데 1차 접종에도 (예방) 효과가 크고, 또 간격이 조금 더 길수록 효과가 더 커진다는 근거가 나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접종 간격을 8∼12주로 운영하면서 최근에 1차 접종을 마친 대상자에 대해서는 12주로 일정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2차 접종일 기준 시점을 1차 접종후 8주에서 10주로 한 차례 변경한 데 이어 12주로 한 번 더 늘리는 셈이다. 접종간격이 늘어나면 날수록 그만큼 더 2차 접종용 비축분을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게 된다.

[그래픽] 코로나19 백신 국내 도입 일정 (서울=연합뉴스) 김토일 기자 =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가 공급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1만6천명분(43만2천회분)이 3일 오후 2시 55분께 항공편으로 국내에 도착한다. kmtoil@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2차 접종 간격이 12주 이상일 때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옥스퍼드대 등의 연구진이 지난달 6일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6주 미만의 간격을 두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2차 접종을 한 사람들의 예방 효과는 55.1% 정도에 그쳤으나 12주 이상 간격을 둔 경우 81.3%에 달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만으로도 86%의 예방 효과가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나온 상태다.

"12주 간격때 예방효과 더 높아…12주 초과땐 효과 떨어지고 변이주 출현 위험도"

전문가들도 접종간격을 2주 더 늘려도 백신 효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래 임상 데이터상으로는 접종간격을 12주로 했을 때 효과가 더 뛰어났다"며 "백신 수급이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한다면 12주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이어 "현장에서는 모든 접종자가 정확히 12주차에 2차 접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앞뒤로 1주를 감안해 11∼13주 사이에 주로 맞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통상 임상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날짜를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 역시 "12주차에 2차 접종을 하는 것이 성적(효과)이 좋기 때문에 나도 12주차에 맞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특히 우리나라같이 백신 수급이 불안한 경우에는 접종간격을 12주로 늘려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65세 이상 AZ 백신접종 문진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23일 오전 광주 북구 동행요양병원에서 의료진들이 65세 이상 환자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문진하고 있다. 2021.3.23 pch80@yna.co.kr

다만 전문가들은 접종간격 확대의 대전제는 늦지 않게 2차 접종 물량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량 확보에 차질이 생길 경우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제 시간에 물량이 도착하지 못했을 때 2회차 접종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 위험 요소"라면서 "결국 백신 수급이 불안정해 도입한 고육지책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학술지) 랜싯에 마지막으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1차 접종을 하고 12주, 즉 3개월을 넘어가면 예방 효과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2차 접종을 위한 다음 조치가 꼭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접종간격이 벌어지면서 자칫 2차 접종 전에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과 함께 예상치 못한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간격이 10주에서 12주로 늦춰지면 그사이에 감염 우려가 생길 수 있고, 또 (시간이 흐르면서) 항체 효과가 조금씩 떨어져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충분히 감염이 증가할 개연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백신은 한 번만 접종해도 중증 억제 효과가 극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일단 많은 사람이 1차라도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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