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확보 제때 못해.. 아스트라 2차 접종분을 1차에 당겨쓴다

김정환 기자 2021. 4. 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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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접종]
의료시설·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접종은 임시방편식
만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화이자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지난 1일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체육관에서 시민들이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 2월26일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래 2일까지 1분기 접종 대상자 중 73만8510명(85.1%)이 1차 접종을 마쳤다. 1분기 대상자는 35일간 평균 2만명 정도 접종했다. 인구 대비 의료기관 수, 우수한 의료 인력 등 우리나라의 접종 역량은 세계 톱 수준이다. 그러나 백신 물량이 없어 1분기 접종자 수가 적었다.

더 큰 문제는 2분기다. 현재 2분기 접종 대상자 중 17만 5559명이 접종했다. 전 세계적인 백신 공급 부족 현상으로 4·5월 ‘백신 보릿고개’ ‘접종 공백’ 우려가 나왔다. 최근 확진자 수는 500명대로 유지돼 사실상 ‘4차 유행’ 상황인데, 얀센·모더나·노바백스 물량과 도입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2분기 백신 물량 1500여만회(1차 접종분)를 확보해 2분기 접종 계획은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2일 예고에 없던 2분기 수정 접종 계획안을 갑자기 발표했다. 접종 대상자 중 일부 인원의 접종 일정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2분기 대상자 1150만여명 중 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139만명(12%) 수준이다. 정부가 현 상황에서 일부 인원의 접종 시기를 최대한 앞당겼지만, 이 계획에 비춰도 생각보다 접종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75세 이상 고령층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이틀째인 2일 오전 부산 남구 코로나19예방접종센터에 마련된 백신 전용 초저온 냉동고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김동환 기자

◇백신 조기 확보 실패가 부른 후폭풍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1일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 횟수는 1.82회으로 111위다. 8일전인 지난달 24일 순위인 105위보다 6계단 더 떨어졌다. 중국·러시아산 백신을 접종 중인 국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낮은 수치다. 현재 백신 물량 난을 겪는 유럽 연합(EU)도 인구 100명당 17.03회 접종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정부가 뒤늦게 백신 확보전에 뛰어들면서 생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작년에 확진자 수 관리에만 몰두했다. 확진자가 100~500명대 정도 유지될 수만 있다면, 경제적 타격도 적을 것이라는 연구를 여러 번 하기도 했다. 당시 ‘K-방역’이 해외 모범 사례로 언급되자 백신 확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작년 하반기 정부는 일부 백신 제조사가 우리 정부에 먼저 접근해 백신 구매를 제안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능후 당시 복지부 장관은 작년 11월 국회에서 “화이자·모더나에서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재촉한다”고까지 했다. 작년 6월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9월엔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 물량 확보를 지시했지만 ‘소극 행정’으로 참사가 빚어진 셈이다.

정부는 2분기 아스트라제네카(AZ)·화이자 물량은 확보했지만, 2분기에 도입하기로 한 얀센·모더나·노바백스는 여전히 소식이 없다. 얀센은 5월 이후 50만명분 미만만 공급이 가능하다고 정부에 통보했고, 문 대통령이 작년 말 CEO와 화상 통화까지 하며 도입 일정을 5월로 앞당긴 모더나는 아직 국내 사용 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 노바백스는 원료 부족 현상에 미국 승인도 아직 안 나왔다.

◇3가지 고육책으로 접종자 수 늘려

다만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 순위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2분기부터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 정도 되는 1150여만명을 접종하기 때문이다.

2분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물량은 AZ 455만명분(910만회분)과 화이자 314만8500명분(629만7000회분)이다. 두 백신 다 2회 접종인데, 화이자는 3주 간격 접종이라 314만여명만 접종이 가능하다. 반면 AZ는 접종 간격이 8~12주로 길다. 2차 접종분을 남기지 않고 1차 접종에 당겨 쓰면 910만명 접종이 가능하다.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을 대비해 3가지 고육책을 쓰겠다고도 했다. 우선 AZ 접종 간격을 ‘8주→10주→12주’로 늘렸다. 또 국내 업체가 개발한 최소 잔여량 주사기(LDS)로 1병당 접종자 수를 1~2명 더 늘려 접종하겠다고 했다. AZ를 1차 접종한 1분기 접종자들이 2차 접종해야 할 물량까지 당겨 2분기 접종 대상자들에게 맞힌다.

◇3분기 AZ 2차 접종이 더 문제

1·2분기 AZ를 접종했거나 접종할 예정인 사람은 849만명이다. AZ사(社)와 개별 계약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물량은 총 1000만명인데, 이 중 1·2분기에 429만명분(858만회분)이 들어온다. 코백스를 통해 들어오는 AZ 21만6000명분(43만2000회분)도 있어 1·2분기 1차 접종은 가능하다. 문제는 2차 접종이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나머지 AZ 개별 계약 물량 571만명분(1142만회분)이 3분기 초에 다수 들어와야 1·2차 접종 공백이 안 생길 것”이라고 했다. 코백스를 통해 들어오는 AZ는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나라가 아닌 저개발 국가 중심으로 선 공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개별 계약 물량이 중요하다.

국내에선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에서 AZ를 생산하고, 노바백스도 생산될 예정이다.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3분기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 미국·유럽·인도처럼 한시적으로 국내 생산 백신에 대해 ‘수출 제한’을 검토해야 할 순간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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