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회장 사모님은 왜 '스벅' 에코백을 들었나
지난달 28일 고(故)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 입관식. 신 회장의 부인 김낙양(89) 여사가 이날 처음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령이라 빈소를 지키지 못하고 입관식에만 참석한 김 여사는 빈소에 잠시 머물다 오후 2시 30분쯤 자리를 떴다. 손녀 신수정씨 부축을 받으며 빈소를 떠나는 김 여사의 가방에 세간의 시선이 쏠렸다.
신수정씨가 대신 든 김 여사의 가방은 값비싼 명품백이 아닌 스타벅스 사이렌 로고가 커다랗게 박힌 에코백. 스타벅스 관계자는 “2018년 친환경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비닐 포장지를 없애고 도입한 다회용 백으로, 음료를 7잔 이상 테이크아웃 주문하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동일한 에코백으로 보이는 제품이 인터넷상에서 7000원에 판매되고 있기는 하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비매품으로 공식 판매되지 않는 물건”이라며 “스타벅스에서 받은 걸 누군가가 인터넷상에서 파는 듯하다”고 했다.
김 여사의 스타벅스 에코백이 화제가 되는 건 농심이 범롯데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등을 보유한 유통업계 강자 신세계는 신라면·짜파게티 등 라면과 새우깡·꿀꽈배기 등 과자를 생산하는 농심 입장에선 절대 갑(甲)”이라며 “농심 입장에선 신세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만큼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 홍보업체 직원은 “고인은 지난해 맏형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돌아가셨을 때 빈소에 나타나지 않을 만큼 형제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롯데의 라이벌인 신세계에서 들여온 스타벅스 가방을 드는 건 이러한 관계를 드러내는 상징 아닐까”라고 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 커피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의 경쟁업체인 스타벅스 에코백으로 롯데를 ‘스리쿠션’으로 공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했다.
김 여사의 스타벅스 에코백이 화제가 되자, 농심 측은 “김 여사님이 평소 사용하는 가방”이라며 “김 여사님뿐 아니라 돌아가신 회장님도 늘 절약하고 검소하게 사셨다”고 했다. 한 농심 관계자는 “회장님도 늘 꺼먼 장바구니 같은 걸 들고 다니셨다”고 전했다.
한 패션 컨설턴트는 “사진으로 본 김 여사는 마트나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연령대의 평범한 중산층 여성처럼 보인다”며 “에코백 같은 특정 패션 제품을 자신의 생각·신념·주장 등을 드러내기 위한 ‘스테이트먼트 아이템(statement item)’으로 활용할 분은 아니신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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