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아빠 찬스’ 수탁 전문 최강욱

박국희 기자 2021. 4.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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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2021. 3. 30 / 장련성 기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같은 당 최고위원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의 딸을 자신의 의원실 비서로 채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그다지 놀랍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직전 20대 국회에서 자신의 오빠와 동생, 딸 등을 보좌진으로 채용해 탈당까지 했던 민주당 서영교 의원 사례를 비롯해 그간 친인척을 국회 보좌진으로 등록해 세금으로 고액 월급을 지급해 왔던 국회의원 사례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 대표를 놓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아빠 찬스' 위탁 전문가”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은 그의 익숙한 전적(前績) 때문일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할 때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장관의 아들에게 입시용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올 초 1심 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여권(與圈)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애써 폄하하는 대표적인 논리 중 하나가 “차기 대선 화두가 ‘공정(公正)’이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평생 검사만 해본 ‘외교·경제 문외한’인 윤 전 총장이 아무리 ‘공정’ ‘정의’ ‘법치’를 자신의 브랜드로 내세운다 한들 이러한 화두가 서초동을 넘어 차기 대통령을 뽑는 대한민국 전체의 시대정신이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던 여권은 지난달 ‘LH발(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4·7 재·보궐선거 여론이 악화되자, 별안간 조국씨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 이슈를 꺼내들었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는 부동산과 주식밖에 없다”고 자조하며 공정의 가치에 특히 민감해하는 2030 세대의 민심 이탈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조씨 딸의 허위 입학 서류를 뻔히 알면서도 “대법원 판결까지 보겠다”며 입학 취소 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는 부산대와 고려대, “최순실 딸과 조국 딸은 상황이 다르다”며 궤변을 일삼는 여권과 더불어 조씨 딸을 1년 넘게 기소하지 않는 검찰 역시 2030 세대 입장에선 ‘공정 파괴의 공범(共犯)’이다. 검찰은 1년 전 조씨 아내 정경심씨와 조씨 딸이 ‘입시 비리 혐의의 공범’이라고 스스로 규정했음에도 불구, 정무적 판단을 하며 지금까지 딸을 기소하지 않고 있다.

최강욱 대표는 “비서를 뽑고 보니 주 최고위원 딸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1심 법원 유죄에도 “조국 아들이 실제 인턴을 했다”며 혐의를 부정한다. 여권 역시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국 딸’ 얘기를 꺼내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그럴수록 2030 세대가 느낄 공정의 박탈감은 커질 것이다. 노회한 여의도 전략가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공정’ 화두의 대선이 처음으로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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