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진석]백악관 반도체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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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당시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든 당선인에게 공개서한을 띄웠다.
전 세계 반도체 생산능력의 80%를 아시아가 차지하고 있는데 미국은 12%에 불과하다는 점, 외국 정부의 보조금이 미국 반도체산업에 큰 불이익이 되고 있다는 점이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스완 당시 CEO는 미국 반도체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와 지원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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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삼성전자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반도체 생태계의 주요 공급자와 수요자들을 불러 모으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 보도했다. 12일(현지 시간) 경제 참모뿐만 아니라 안보보좌관도 백악관의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회의를 할 예정이다. 미국이 반도체를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 문제로 끌어올려 대대적인 지원을 쏟아붓겠다는 구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회는 올해 1월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켜 반도체 연구개발 및 투자에 연방정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인텔은 지난달 24일 2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바이든 대통령이 밝힌 2조 달러 초대형 인프라 투자계획에도 국가반도체기술센터(NTSC) 설립 등 반도체 투자비 500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백악관 반도체 테이블에 왜 삼성전자를 초청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우선 최근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가전 스마트폰 산업에 생산 차질이 생긴 것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2월에 닥친 한파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공동전선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바이든 정부와 인텔의 ‘2인 3각’식 움직임은 그동안 아시아에 넘겨줬던 반도체 생산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생산 분야에서는 현재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 TSMC의 뒤를 멀리서 쫓는 처지다. TSMC는 앞으로 3년간 연구개발에 10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1일 내놨다. TSMC는 달아나고 미국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급성장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백악관의 초대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계절이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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