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화사한 벚꽃.. 침울한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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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캠퍼스 내 벚꽃이 명물인 광주·전남지역 A대학을 찾았다.
벚꽃이 활짝 핀 남도의 대학들이 초상집 분위기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을 닫는다'는 말이 현실화되는 듯했다.
광주·전남지역 대학의 2021학년도 신입생 등록 결과를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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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캠퍼스 내 벚꽃이 명물인 광주·전남지역 A대학을 찾았다. 화사한 벚꽃 아래서 낭만을 즐기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예년 같지 않았다. 개강 시즌을 맞아 분주해야 할 캠퍼스는 활력을 잃은 모습이 역력했다.
영남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부산의 4년제 한 대학은 올해 신입생 4600여명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보다 4배가량 많은 숫자다. 대구대와 대구가톨릭대는 여러 차례 추가 모집을 했으나 등록률이 80%대에 그쳤다.
전국의 각 지방대가 신입생 미달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입생 미달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다. 한국대학교육협회의 자료를 보면 올해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합쳐 정원은 55만5000여명이다. 하지만 입학자원은 49만3000여명으로 이들 모두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도 정원이 6만2000여명이나 남는다. 모집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 더 심해진다. 입학자원이 내년에는 8만명, 2023년 9만명, 2024년 12만명으로 매년 감소한다. 2005년 출생아는 43만명에 불과해 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3년 뒤에는 지방대 10곳 중 3곳이 정원의 70%를 채우지 못한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등록금으로 재정을 유지하는 대학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쯤되면 학생이 없어 스스로 문을 닫는 지방대 몰락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방대를 문닫게 하는 요인은 또 있다. 재학생의 수도권 유출이다. 가까스로 충원한 신입생들은 2학년이 되면 상당수가 수도권 대학으로 옮긴다. 수도권도 상위권 대학으로 이동하는 재학생이 해마다 늘면서, 그 자리를 지방대생이 메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방대 관계자를 만나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폐교 위기가 뻔히 보이는데도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광주 B대학 관계자는 “고교를 가면 지방대는 관심조차 없다. 이런 수험생에게 공짜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준다고 입학하겠는가”라며 하소연했다.
한 고3 수험생은 “수능만 봐도 수도권의 웬만한 대학을 갈 수 있는데 굳이 지방대를 갈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고가의 경품이나 전액 장학금이 신입생 유치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유다. 지구 온난화로 벚꽃 개화일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앞당겨지는 벚꽃 개화 시기만큼이나 지방대 몰락이 빨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한현묵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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