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의 시선으로 본 가난과 불평등 [책과 삶]
[경향신문]
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지음
창비 | 384쪽 | 1만4000원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작가 김중미가 20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이다. 10대 여성 청소년 지우, 강이, 여울이를 중심으로 할머니, 어머니, 딸로 이어지는 생의 면면을 그린다. 소설 속 세 친구는 인천의 ‘은강’에서 나고 자랐다. 지우가 말한다. “내가 사는 곳은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무대인 은강이다. (…) 1970년의 ‘난장이 가족’과 다름없는 우리 가족이 산다. (…) 나와 내 친구들은 공장 대신 그 공장에서 가까운 고등학교에 다닌다. 그러나 우리 삶이 소설 속 주인공들과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다. 배를 곯지 않는다고 가난이 없어진 건 아니다.”
지우는 해고노동자였던 이모할머니의 삶을 소설로 남기고 싶어 한다. 강이는 치킨집 ‘알바’를 하며 간호조무사를 꿈꾼다. 여울이는 ‘가난한 은강’을 벗어나려 입시에 매달린다. 기본 축을 이루는 세 인물 외에,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직조해 나간다. 지역 활동가였던 지우의 엄마 경순은 이제 육아와 생계에 몰두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그는 생활을 지키는 노력도 운동만큼 소중하다고 여긴다. 반면 여울이의 엄마 은혜는 다르다. 오로지 명문대와 아파트만을 행복의 척도라고 믿는다.
특히 작가는 은강방직 해고노동자인 지우의 이모할머니 옥자를 끊임없이 호명한다. 1970년대 여성 노동자를 지나간 역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인물로 불러들인다. 작가는 1987년 인천 만석동에 ‘기찻길옆공부방’을 열고 줄곧 지역운동을 펼쳐왔다. 아이들과 함께 놀고 공부하고 밥도 먹으면서 살아왔다. 작가는 “어느 날 소설가 조세희 선생님이 (이곳을) 찾아왔다”면서 “ ‘은강’이라는 지명을 쓸 수 있게 허락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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