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스를 발견하고 명왕성을 끌어내리고 [책과 삶]
[경향신문]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마이크 브라운 지음·지웅배 옮김
롤러코스터 | 420쪽 | 2만원
2006년 8월 “명왕성이 죽었다”. 1930년 발견 이후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으로 인정됐던 명왕성은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천문연맹 회의에서 왜소행성으로 지위가 강등됐다. 2005년 명왕성 바깥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명왕성과 비슷한 크기의 ‘에리스’가 발견되면서 8개의 천체만 태양계 행성으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세계 곳곳에선 명왕성을 제자리로 돌리라는 항의가 이어졌고, 명왕성을 발견한 클라이드 톰보가 교수 생활을 하던 뉴멕시코에선 강등 반대 집회까지 열렸다고 한다. BTS의 ‘134340’은 “그럴 수만 있다면 물어보고 싶었어 그때 왜 그랬는지 왜 날 내쫓았는지”라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134340은 명왕성의 왜소행성 번호다. 이 항의와 비난은 한 사람에게 집중됐다. 에리스를 발견한 천문학자 마이크 브라운이다.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는 명왕성 행성 지위 박탈의 원인 제공자인 마이크 브라운 캘리포니아공과대학 교수가 사건의 전말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그는 ‘열 번째 행성의 발견자’라는 영예를 얻을 수도 있었지만, 명왕성과 에리스를 행성으로 분류하면 안 된다고 주장해 ‘명왕성 킬러’가 됐다.
브라운은 이미 태양계에선 더 찾을 게 없다고 생각하던 21세기 천문학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천체를 찾는 천문학자였다고 한다. 그가 팀원들과 끈질기게 우주를 관측해 새로운 천체를 발견하고, 그것을 검증해 발표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또한 발견한 내용을 검증하고, 누군가 먼저 발표하는 것을 걱정하는 모습에선 과학자의 고민에 공감하게 된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과 탐구의 열정을 함께 보여준다. 저자의 천문학에 대한 애정이 ‘이과적인’ 위트와 함께 담겨 있는 책이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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