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MB당은 못 찍겠고.." 정권심판론 바람 속 40대의 '복잡한 마음'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거세게 부는 ‘정권심판론’에서 여권에 대한 지지율 수치가 다른 세대와 확연히 다른 집단이 있다. 이른바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라고도 불리는 40대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30대, 50대 이상 응답자들은 국민의힘 후보로의 쏠림 현상이 분명한데, 40대는 유독 여야가 엇비슷하게 갈린다.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이 <한겨레>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서울에 거주하는 유권자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33.5%,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54.4%를 기록했다. 모든 세대를 통틀어 40대에서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43.9%)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42.8%)의 차이가 근소했다. 그동안 민주당에 우호적이었던 30대에서도 오 후보는 박 후보에게 16%포인트 앞섰고, 20대에선 22.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지난달 30~31일 제이티비시(JTBC)와 리얼미터 조사(서울 거주 유권자 1032명 대상)에서도 40대 응답자들의 47.7%가 박 후보를 지지했다. 오 후보는 45%였다. 같은 기간 뉴스1과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서울 거주 유권자 1006명 대상)에서도 오직 40대에서만 박 후보(52.6%)가 오 후보(31.3%)를 앞질렀다.
40대 역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으로 여권 지지세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주당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패착인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40대 역시 직격탄을 맞았는데, 그럼에도 40대의 민주당 지지는 왜 높은 걸까.
40대의 마음을 요약하면 “민주당에 화가 나지만 그렇다고 ‘구태’ 국민의힘을 찍을 수는 없다”는 말로 요약된다. 이들에게 민주당은 능력 여하에 따라 뽑을 수도 안 뽑을 수도, 예뻐할 수도 미워할 수도 있는 당이지만, 국민의힘은 예선에도 들지 못한 ‘차마 못 찍을 당’인 셈이다. “문재인 정권 하는 거 봐서는 도저히 1번 못 찍겠다”는 40대 서울시민 홍아무개(46)씨는 “철 지난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말하는 민주당도 싫지만, 부패·기득권 따져보면 민주당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 리 없는 국민의힘을 찍을 순 없다”고 덧붙였다. 회사원 송아무개(47)씨는 “오세훈이 10년 전 무상급식 안 하겠다고 서울시장 그만둘 때, 딱 30대 학부모였다”며 “오세훈 하면 요즘 뜨는 중도적 이미지가 아니라 아이들 밥숟가락 뺏겠다는 모습으로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0대의 의식구조를 설명하면서 ‘정치사회화’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 가장 활발히 사회적으로 각성할 시기의 정치적·역사적 경험이 이후 의식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현재 40대는 198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기에 유년기를 보냈고, 10대 때 민주화 과정을 지켜봤고, 대학을 막 졸업하자마자 구제금융기(IMF)를 맞아 취업난으로 깊은 좌절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후 ‘사회인’으로 한참 활발히 활동하던 때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경험하면서 권위주의의 부활,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부패와 비리 등을 목도했다. “군부독재와 싸웠던 586들에겐 이제 전두환 같은 적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를 배출한 국민의힘은 여전히 생존해 있지 않느냐. 아무리 민주당이 싫어도 차마 이명박·박근혜당을 차마 찍을 순 없다”(40대 회사원 이아무개씨)는 것이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70년대생은 이미 민주화가 된 상황에서 성인이 됐다는 점에서 그 윗세대와 다르고, 직접 노무현의 탄생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그 아랫세대와 다르다”며 “노무현을 통한 정치참여 문화에 강한 영향을 받았고 그의 죽음에서 민주당과 강한 일체감을 갖게 된 세대”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또 “지금의 40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며 민주주의의 ‘마지노선’에는 더 예민한 측면이 있다”며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비슷하게 생각하는 2030과 다른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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