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퇴 후 검찰 중립성 흔들어온 윤석열의 '정치적 행동'
[경향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했다. 지난달 4일 총장직에서 사퇴한 지 29일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떠오른 윤 전 총장은 ‘사전투표 소감’ ‘국민의힘 입당 의향’ 등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아버님(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께서 기력이 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만 했다. 그러나 굳이 하루 전에 사전투표를 예고해 기자들이 오게 하고, 투표 후 몰려온 지지자들과 악수를 한 것은 ‘정치 행차’ 성격을 지울 수 없다. 윤 전 총장 측이 전날 취재진과의 질의응답까지 예고했다가 피한 것은 정치적 시비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리 알린 공개투표는 야권 지지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신호로 읽혔다. 검찰총장 사퇴 직후부터 정치적 언행이 잇따르면서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윤 전 총장은 검찰을 떠난 후 언론 통화 형식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수사를 비판하고, 4·7 보궐선거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투표가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투표하면 바뀐다”며 정치적 메시지를 더했다. 근래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정치 참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비공개 행보라면서 회동 사진이 언론에 노출된 것을 두고 신비주의를 노린다는 말이 나오고, ‘정치한다는 말 없이 정치를 한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윤석열 논란’은 근본적으로 검찰총장이 정치에 뛰어드는 데서 시작된다. 그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정권과 맞서는 모습을 연출하고,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박철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은 얼마 전 검찰 내부망에 “전직 총장의 정치활동은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고 썼다. 오죽하면 정권의 검찰개혁 방식을 비판하며 윤 전 총장을 지지했던 박 지청장이 실명으로 이런 말을 했겠는가. 그의 지적에 동조하는 검사들의 목소리도 외부에 표출되고 있다. 속도를 내는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가 검찰 수사의 신뢰를 흔들고, 검찰 조직의 위기감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의 처신은 무거워야 하고, 정치 참여 시엔 검찰 중립을 우려하는 검사와 시민들에게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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