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황제 조사' 시비 인 김진욱·이성윤 면담, 재발돼선 안 된다
[경향신문]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지난달 7일 관용차를 내줘 과천 공수처 청사로 들인 뒤 조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공수처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한 부적절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처장은 이 지검장을 한 시간 넘게 면담하며 기초조사를 하고도 조서를 남기지 않았다. 김 처장은 이 지검장과 만난 사실 자체를 감추다 9일 뒤 국회 법사위에서 야당 의원 추궁에 마지못해 시인했다. 이 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현 정부 실세 검사다. 수사기관이 편의상 피의자에게 차량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기관장 관용차를 제공한 경우는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다. 박근혜 정부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황제 조사’를 떠올리게 한다.
김 처장은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 사건 조사와 관련하여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는 입장을 공지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김 처장은 정식 사과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 지검장에게 왜 관용차를 제공했는지, 조서를 남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도 소상히 밝혀야 한다.
김 처장이 추진 중인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이 제도는 공수처가 사건을 검경에 맡겨 수사한 뒤 기소 단계에서 다시 가져오겠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검찰은 공수처에 알리지도 않고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당시 대검 소속 이모 검사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 수사 대상이어서 검찰이 공수처에 이첩했지만 공수처가 수사팀이 짜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에 재이첩했다. 공수처는 검찰 수사 결과를 받아본 뒤 기소 여부를 직접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기소해버린 것이다.
공수처가 ‘1호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구설에 오르고 검찰에 휘둘리고 있으니 안타깝다. 김 처장의 책임이 크다. 공소권 유보부 이첩은 공수처장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여론을 수렴하고 공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를 전담하고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공수처를 만들어놓고 인력 부족으로 사건을 검찰에 다시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검찰의 태도도 비판받아야 한다. 공수처가 재이첩한 사건을 협의는커녕 통보도 없이 기소한 것은 옳지 않다. 검찰이 계속 이런 행태를 보이면 공수처는 검사 관련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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