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SNS 시민군' 깃발 든 반크
[경향신문]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해결한 사건이 있다. 2015년 초 발생한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이다.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들고 한밤중에 귀가하던 남편이 무단횡단하다 뺑소니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유일한 단서인 현장 폐쇄회로(CC)TV는 화질이 좋지 않아 수사는 난항에 빠지지만 사고자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SNS는 바로 들끓었다. 누리꾼들이 ‘SNS 수사대’를 꾸려 CCTV 동영상을 추적하고 여론을 조성한 것이다. 결국 추적이 겁난 범인은 사건 발생 19일 만에 자수한다. ‘SNS 수사대’가 미궁에 빠졌을지도 모를 뺑소니 사건을 해결한 셈이다.
SNS는 민주화 시위의 도화선도 됐다.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시위가 대표적이다. SNS가 독재정권 타도에 중요한 역할을 해 ‘SNS혁명’으로 불린다. 그해 미국에서 시작된 ‘월가점령 시위’를 전 세계로 확산시킨 일등공신 역시 SNS였다.
지난 2월1일 일어난 쿠데타 후에 군부의 강경진압으로 500여명이 사망한 미얀마인들에게 SNS는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미얀마인들은 SNS로 시위 현장이나 군부가 잔혹하게 진압하는 모습을 중계하며 관심과 도움을 호소해왔다. 비록 국제사회로부터 뾰족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SNS는 고립무원에 빠진 미얀마인들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가 미얀마인들의 요청에 따라 쿠데타 세력에 맞설 ‘SNS 시민군’을 주도하고 있다. 반크는 그간 일본의 교과서 역사왜곡, 중국의 김치공정, 미국 국무부의 동해·독도 표기 오류 등을 세계적으로 공론화해 한국 바로 알리기에 큰 역할을 해왔다. 시민군에 참여하려면 반크가 유혈참사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제작한 디지털 포스터를 자신의 SNS에 올리거나 해시태그로 공유하면 된다. 포스터는 3종이다. 유엔에서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한 초 모 툰 유엔대사, ‘다 잘될 거야’란 말을 남기고 숨진 19세 여성 치알 신, 군경 앞에서 ‘차라리 날 쏴라’라고 외친 수녀의 모습을 담았다. 미얀마인들과 연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SNS 시민군이 되는 것이다.
조찬제 논설위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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