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옅어진 백투백 MVP, 눈보라 속에서 시즌 첫 축포 쏘아 올렸다

김동윤 2021. 4. 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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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김동윤 기자=조용히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미구엘 카브레라(37, 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개막전에서 명장면을 연출해냈다.

2일(한국 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에 위치한 코메리카 파크에서는 홈팀 디트로이트와 원정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2021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열렸다.

시즌에 앞서 디트로이트 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이유로 코메리카 파크 정원의 20%인 8,200명의 관중만을 받는다"고 발표했고, 이날 개막전에는 섭씨 0℃의 궂은 날씨에도 8,000명의 관중이 코메리카 파크를 찾았다.

이 경기에서 디트로이트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미국 매체 USA 투데이가 예상한 두 팀의 올해 성적은 디트로이트 61승 101패, 클리블랜드 82승 80패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고, 무엇보다 양 팀 선발 투수의 차이가 컸다.

디트로이트는 무난한 좌완 선발 매튜 보이드(30)가 나섰고, 클리블랜드의 마운드에는 리그 대표 에이스 중 하나인 셰인 비버(25)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이드도 좋은 투수였지만, 지난해 투수 삼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을 달성하고 사이영상을 수상한 비버에 비할 수는 없었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는 시작 전부터 눈보라가 몰아쳐 많은 팬들의 야구 관람을 어렵게 했다. 하지만 한 치 앞도 보기 어렵던 눈보라와 악조건에서 최선을 다한 노장의 플레이가 소소한 기적을 만들어냈다.

카브레라의 이 홈런은 메이저리그 2021시즌 개막을 알리는 첫 축포였다

전력상 열세를 뒤집는 기적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과거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았던 카브레라였다.

1회 말 1사 1루에 비버를 상대로 들어선 카브레라는 3구째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그리고 카브레라의 타구는 우측 담장 상단봉을 직격해 메이저리그 2021년 시즌 첫 홈런이자 그의 488번째 홈런이 됐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가운데 만들어진 그림 같은 장면이었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카브레라의 타격 후 태도였다. 발이 빠르지 않은 카브레라는 눈보라 탓에 타구를 확인하지 못했고, 온 힘을 다해 2루 베이스로 몸을 날렸다.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아 2019년 이후 1루 수비도 버거웠던 카브레라의 슬라이딩에 경기장을 찾은 모든 이들은 경의를 표했다.

카브레라는 수비에서도 멋진 다이빙 캐치를 보여주는 등 보이드의 5.2이닝 무실점 투구에 일조했다.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보이드는 카브레라를 "미기(카브레라의 별명)는 정말 굉장하다. 최고의 선수다. 그는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대선배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에 자극을 받은 어린 디트로이트는 비버에게서 낸 3점을 끝까지 지켜냈고, 결국 3-2 승리로 개막전을 찾은 홈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A.J.힌치 디트로이트 감독 역시 "미기의 존재감은 어떤 차트에서도 볼 수 없고, 측정할 수도 없다. 경기를 보지 않는 한, 박스 스코어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그런 플레이를 했다"라며 보이드의 칭찬에 말을 보탰다.

카브레라는 악천후 속에서도 진정한 프로페셔널이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눈보라 속에서 전성기의 사이영상 투수를 상대로 만들어낸 카브레라의 개막전 홈런은 모처럼 그를 주목받게 했다. 사실 카브레라는 커리어 내내 언론의 관심이 익숙한 선수였다.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現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데뷔하자마자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가 된 카브레라는 신인 때부터 슈퍼스타의 자질을 보였다.

플로리다에서의 5년도 매년 MVP 후보에 들 정도로 준수한 선수였지만, 카브레라는 2007년 겨울 디트로이트로 트레이드되며 자신의 이름을 미국 전역에 떨쳤다. 대표적인 것이 2년 연속(2012, 2013년) 리그 MVP로 이 중 2012년은 45년 만의 타격 삼관왕(홈런, 타점, 타율)을 달성했다.

두 번의 연장 계약을 통해 디트로이트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된 카브레라는 3,000안타와 500홈런이 가능한 몇 안 되는 현역 선수 중 하나이자 명예의 전당 입성도 확실시되는 선수 중 하나로 꼽혔다.

이런 카브레라였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었고, 최근 4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 리빌딩 중인 팀과 함께 서서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중이었다. 오히려 최근에는 3년 1억 200만 달러라는 막대한 잔여 연봉 탓에 리빌딩을 진행 중인 디트로이트의 짐처럼 취급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1년여 만에 구장을 찾은 팬들은 카브레라가 디트로이트에 어떤 선수였는지, 그리고 카브레라가 왜 아직 디트로이트에 필요한 선수인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재커리 라이머 공식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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