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 넘는 TV, 누가 살까?..LG 롤러블 통유리 대형 주택에, 삼성 초대형 중동·중국서 과시용
[경향신문]
최근 들어 1억원을 넘는 초고가 TV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LG전자는 2일 65인치 출하가가 1억원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R’(사진)의 해외 시장 판매를 시작했다. 평소에 화면이 아래로 말려들어가 있다가 TV를 볼 때 펼쳐지는 세계 최초의 ‘롤러블 TV’로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 후 전량을 구미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만든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10인치 출하가가 1억7000만원인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2019년에도 수억원에 달하는 146·219·292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내놓은 바 있다.
벤츠 한 대 값이 넘는 이런 TV를 누가 살까. TV 제조사들은 구매자가 누군지 밝히지 않는다. 구매자가 신분 공개를 꺼리기도 하고, 국가별로 수십대 이하의 적은 숫자만 팔려서 특정되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LG전자는 롤러블이란 모양의 혁신, 삼성전자는 벽을 가득 메우는 커다란 화면이 콘셉트라서 각각의 제품을 사용하는 용도는 뚜렷하게 갈렸다.
LG전자의 롤러블 TV는 시청하지 않을 때 화면을 말아넣을 수 있는 특성 때문에 한강이나 바다를 향한 통유리창 쪽에 설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TV를 보지 않을 때 창밖 시야를 가리지 않는 장점을 활용한 것이다. 통상의 경우처럼 거실 벽면에 설치하는 사람은 적었다. 고급형 서재를 꾸밀 때 서재 한가운데 TV를 놓기도 했다. 아파트보다는 고가 대형 주택에 사는 부유층의 구매 비율이 높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사가 구입한 일도 있었다.
삼성전자의 초대형 TV는 크기에서부터 압도하기 때문에 중동이나 중국의 부자들이 과시용으로 선주문을 하거나 고급 갤러리에서 벽에다 걸고 작품을 소개하는 용도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영화 관람을 즐기는 부자들이 집을 영화관처럼 꾸밀 때 설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초고가 TV는 판매 수량보다 이 정도의 기술을 우리가 구현했다고 보여주는 측면이 크다”며 “기술이 향상하면서 더욱 비싼 TV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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