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은 왜 '뵈젠도르퍼' 피아노만 고집할까

오수현 2021. 4. 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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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부터 국내 순회 독주회
오스트리아 피아노 브랜드
7년전 3억원에 직접 구매
어두우면서 풍부한 음색 '매력'
다수가 선호하는 '스타인웨이'
화려하면서 밝은 음색이 특징
2014년 간담회 때 뵈젠도르퍼 앞에 앉은 정명훈.
마에스트로 정명훈(68)이 7년 만에 피아노 독주회에 나서면서 오스트리아의 명품 피아노 브랜드 '뵈젠도르퍼'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고 피아노 브랜드로는 단연 스타인웨이&선스를 꼽지만 거장 중에는 어두우면서도 풍부한 음색을 지닌 뵈젠도르퍼를 선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명훈 역시 대표적인 뵈젠도르퍼 애호가로, 2014년 3억원에 육박하는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구매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번 독주회가 열리는 4곳 공연장 모두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공연장은 정명훈이 요청한다면 뵈젠도르퍼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정명훈 피아노 독주회는 오는 23일 대구콘서트하우스를 시작으로 24일 군포문화예술회관, 27일 경기아트센터,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총 네 차례 열린다. 정명훈은 이달 생애 두 번째 피아노 연주 앨범을 낼 예정인데,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60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브람스 세 개의 간주곡(작품번호 117번) 등 앨범 수록곡을 이번 독주회에서 연주한다.

공연이 열리는 네 곳 공연장의 피아노 보유 현황을 보면 예술의전당이 스타인웨이 9대에 야마하 1대를 갖고 있고 경기아트센터(4대)·대구콘서트하우스(3대)·군포문화예술회관(1대)은 모두 스타인웨이만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정명훈은 아직까지 공연기획사 측에 뵈젠도르퍼를 준비해 달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 한 공연장 관계자는 "곧 열릴 이번 연주회 회의 때 악기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연주자가 직접 본인 악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명훈의 뵈젠도르퍼 사랑은 음악계에서 유명하다. 2014년 10월 생애 첫 피아노 독주회를 할 때도 뵈젠도르퍼 피아노로 연주했다. 그는 뵈젠도르퍼에 대해 "스타인웨이와 터치나 소리 등에서 차이점이 많다. 스타인웨이를 보르도 와인이라 한다면 뵈젠도르퍼는 버건디 중에서도 아주 좋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뵈젠도르퍼의 매력에 빠진 피아니스트는 정명훈만이 아니다. 20세기 거장 빌헬름 바크하우스와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뵈젠도르퍼를 즐겨 연주했다. 언드라시 시프, 프리드리히 굴다도 뵈젠도르퍼 라인이다. 우아하면서도 어두운 음색을 지녀 베토벤 피아노 곡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공연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피아노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최고의 명품 피아노는 누가 뭐래도 스타인웨이다. 음색이 밝고 화려해 뛰어난 기교를 지닌 피아니스트들이 선호한다. 20세기 거장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터치감이 얕은 자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함께 연주 투어를 했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연주자로 악명 높은 크리스티안 지메르만도 본인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르타 아르헤리치, 예브게니 키신 등 피아니스트들도 모두 스타인웨이를 연주한다.

하지만 정명훈처럼 비주류의 길을 고집하는 연주자도 적지 않다. 러시아의 대표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미하일 플레트뇨프는 일본의 가와이 피아노만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플레트뇨프는 "현대 피아노의 음질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2006년 돌연 연주를 중단했다가 6년 뒤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그때부터 줄곧 가와이를 고집한다. 조절 가능한 음량의 폭이 넓다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일본 피아노 브랜드인 야마하도 명품 피아노로 꼽힌다. 실제 최고의 피아노 콩쿠르로 꼽히는 쇼팽콩쿠르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스타인웨이와 야마하 중에서 취향에 따라 연주할 피아노를 선택하도록 한다. 다른 브랜드 피아노를 고르는 경우도 있지만 제한적이다. 피아니스트 율리아나 아브제예바가 2010년 쇼팽콩쿠르에서 야마하 피아노로 연주한 최초의 우승자라는 기록을 쓰면서 야마하를 선호하는 연주자들이 부쩍 늘었다. 올 2월 타계한 재즈의 거장 칙 코리아도 야마하를 선호했다. 롯데콘서트홀은 2018년 10월 칙 코리아 내한 공연 때 요청에 따라 야마하 피아노를 빌려왔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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