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이즈백] 임요환에게 승리해 로열로더가 된 '사신토스' 오영종
[MHN스포츠 김종민 기자] 스타크래프트1 브루드워에서 프로토스는 가을의 종족으로 불렸다.
'가을의 전설'이라는 용어는 다소 부침을 겪던 프로토스가, 가을 시즌이 되면 불가사의한 경기력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데서 비롯했다.
최초로 가을의 전설이 사용된 것은 2000년 '가림토' 김동수의 우승이었고, 이후 박정석, 강민, 박용욱 등이 이 계보를 이었다.
그렇지만 신인 선수가 로열로더를 달성하며(첫 스타리그 진출만에 우승) 가을의 전설을 이뤄낸 것은 유일무이한 사건이었다. 그것도 막강한 테란 라인 서지훈-최연성, 마지막에는 임요환을 잡아내면서 달성한 우승이었다.
'사신토스'로 불렸던, 화승 오즈의 에이스 오영종이 그 주인공이다.

■ 데뷔 후 첫 스타리그에 우승, '사신토스' 오영종
오영종은 2004년 데뷔해 2005년 So1 스타리그에 처음 진출했다.
16강에서 오영종은 최연성, 홍진호, 김준영과 같은 조로 만만치 않은 대진이었는데,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며 8강 토너먼트로 올라간다.
오영종은 홍진호와의 경기에서 다크 템플러를 적극 활용했다. 셔틀도 없었고 소수 견제도 아니었다. 다크 템플러의 높은 공격력을 이용한 '묻지마 다크 템플러 러시'였다. 다수의 저글링을 컨트롤로 잡아 승리를 거두며 오영종은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켜 '사신토스'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김준영, 홍진호를 꺾고 최연성에게는 패배해 2승 1패로 8강에 진출한 오영종. 만만치 않던 16강 조 대진에 이어 8강도 '퍼펙트 테란' 서지훈으로 이미 우승경력이 있는 베테랑이었다.
1세트는 초반 드라군으로 언덕에서 내려오는 테란의 병력을 잡으며 게임을 유리하게 만들어 프로토스가 승리했으며 2세트는 팽팽한 물량전과 소모전 결과 서지훈이 오영종의 공격을 막으며 승리했다. 마지막 3세트에는 반섬맵 '815'에서 캐리어를 활용해 오영종이 승리했다.
4강 상대는 당시 '괴물'로 불리고 있던 물량전의 대가 최연성이었다. 이미 16강에서 패한 바 있었기 때문에 당시의 여론은 신인보다 최연성의 우세를 점치고 있었다.
그런데 오영종은 운영이 아닌 전략적인 카드를 들고 와 최연성이라는 거인을 무너뜨렸다. 1세트에서는 전진 게이트와 패스트 다크 템플러를 이용해 승리를 따낸다. 투 팩토리에 벌쳐 속도 업그레이드를 먼저 시도했던 최연성의 패배였다.

2세트에서는 최연성이 맞받아치듯 전진 팩토리를 시도했으나 차단 당한데다가, 드라군 러시로 입구의 탱크까지 뚫리며 테란이 불리하게 출발하게 돼 결국 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게임을 내준다.
이후 3세트를 최연성이 만회했으나, 4세트 815에서 투 로보틱스 3리버 드랍으로 한 방에 경기를 끝낸 오영종. 신인 선수가 철저한 다전제 준비로 최전성기였던 최연성을 잡아낸 이변이었다.
결승에 진출해 로열로더까지 마지막 한 발을 남겨두고 있던 오영종, 상대는 8강에서 박정석, 4강에서 또다른 로열로더 후보 박지호를 잡고 올라온 임요환이었다. 임요환은 박지호를 상대로 역스윕, 패패승승승의 대역전승과 명경기를 만들어냈고, 커뮤니티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임요환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화제가 됐다.
당시 임요환은 전성기가 다소 지났다는 평을 들었으나, 결국 결승에 진출해 최다 스타리그 진출, 최고령 스타리그 진출자의 기록을 세웠다.
결승전 매치는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아이콘과 새로운 라이징 스타의 대결이었다.

1세트와 2세트에서는 오영종이 힘싸움에서 임요환을 압도하며 분위기는 급격히 오영종 쪽으로 기울었으나, 3세트 오영종의 트리플 넥서스를 노린 임요환의 타이밍 러시가 성공하고, 4세트 몰래 팩토리로 벌처를 생산해 상대방의 퇴로에 마인을 심은 뒤 러시로 드라군을 몰아 대박을 터뜨리며 경기는 5세트 접전까지 이어진다.

5세트 임요환의 진출을 셔틀-질럿으로 막아내며 최후의 캐리어를 사용한 오영종. 임요환은 레이스를 선택해 캐리어를 저격했지만, 먹히지 않는다. 게임은 크게 기울었음에도 끝의 끝까지 GG를 치지 않았던 임요환에게서, 이 승부에 두 선수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시대는 야속하게도 로열로더의 탄생으로 손을 들어주었다.

경기가 끝난 후 오영종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으며, 임요환은 3회 우승이 좌절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그만큼 오영종 선수가 잘했기 때문에 내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 우승 이후에 프로리그의 에이스...이후 공군 입단
이후 오영종은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6 가을 시즌에서도 선전했다. 16강에서 김준영, 8강에서는 박태민을 잡고 진출한 4강, 상대는 70% 승률 프로토스전의 전상욱이었다. 결국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승에 진출해 이윤열을 만난다.
이윤열과의 일전도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아쉽게도 5세트 회심의 캐리어 승부수가 이윤열의 타이밍 러시에 막히며 패배했다. 이윤열은 당시 최전성기가 지나 슬럼프가 왔었으나 다시 재기해 우승을 이뤄냈고, 오영종 역시 매 경기 접전 끝에 드라마같은 명경기를 만들었다.

오영종은 개인리그 뿐 아니라 프로리그에서도 팀의 에이스였다.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팀을 포스트 시즌으로, 다음에는 07년 전기리그 준우승, 후기리그 우승까지 견인했던 명실상부 팀의 중심이었다.
당시 오영종 선수가 있던 플러스 팀은 재정적 상황과 성적이 좋지 않아 구단 운영에 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혜성같이 등장한 오영종이 스타리그를 우승하고, 이에 탄력을 얻어 르까프(당시 화승의 자회사)가 구단을 후원하는 중요한 발판이 마련된다. 결국 팀 르까프 오즈는 오영종과 이제동의 활약으로 우승까지 이뤄냈다.
이후 오영종은 2008년에 공군 에이스로 입단해 커리어를 이어갔고, 전역한 다음에는 화승으로 다시 복귀한다. 프로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지만 10-11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다.
2012년에는 개인 방송, 이벤트 대회에 참여하다가 돌연 e스포츠계를 떠나 일반 기업에 취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후 다른 프로게이머들의 언급에 따르면 이직하며 자리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에는 타 게이머의 개인 방송을 통해 오영종이 결혼식을 올렸음이 알려졌다.
개인리그 우승에 이어 프로리그와 팀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그의 혜성같던 등장은 많은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특히 그가 우승했던 So1 스타리그는 역대 스타리그 결승 중 가장 많은 관객이 시청한 기록을 달성했다.
오영종은 "이윤열과의 결승전 5세트가 너무 아쉬운 기억"이라고 언급할 만큼, 강한 승부욕이 있었고, 그에 걸맞게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승리를 따냈던 선수였다.
그가 가을의 전설 공식 후계자인만큼, 특히 가을에 더 멋진 남자로 살아가고 있을 것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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