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유행' 올까..1차 접종에도 90% 이상 예방효과에 백신 '속도전'

최하얀 2021. 4. 2. 17: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세계 대유행]2분기 백신 접종계획 수정
1차만 접종해도 예방효과 90% 이상 확인
2차 접종까지 간격 늘려 1차 대상자 확대
5~6월 1차 예정자 4~5월로 접종 당겨
중증·사망 발생 인과조사 등 성패 영향
연일 500명대 확진자에 "4차유행 초입 우려"
방역수칙 재차 위반시 곧바로 영업정지 대응
2일 오전 서울 마포구보건소에서 한 의료진이 보건의료단체장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백신을 주사기에 담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적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과 국내 ‘4차 유행’ 시작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2분기부터 1회차 예방 접종자를 원래 계획보다 빠르게 늘리기로 했다. 단 한 차례 접종만으로도 예방효과가 90%를 웃도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노인 등 고위험군과 집단시설 종사자 등에 대한 접종을 서둘러 보호망을 최대한 넓게 펼치려는 전략을 들고 나온 셈이다.

수급불안·4차 유행 우려에…5∼6월 접종 일정 4∼5월로 당겨

2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이미 확보한 백신을 최대한 효율적, 효과적으로 활용해 더 많은 국민에게 접종을 하겠다”며 지난 15일 발표했던 ‘2분기 접종계획’을 일부 보완한 새로운 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고교 3학년과 담당 교사를 여름방학 중 접종 대상자로 새롭게 확정짓고, 기존 접종 대상자들의 1회차 접종 시점을 원래보다 앞당기는 게 핵심 내용이다.

우선 이달 2∼4주에 접종 예정이었던 장애인 시설이나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이용자·종사자는 오는 9일부터 1차 접종이 시작된다. 6월 접종 예정이었던 장애인 돌봄 종사자, 노인 방문 돌봄 종사자 등은 16일로 접종 개시를 앞당긴다. 투석환자인 만성신장질환자 접종도 6월에서 이달 23일부터로 일정이 바뀌었다. 만성 중증호흡기 질환자는 6월에서 5월로 한달 당긴다. 이밖에 유치원·어린이집, 초등(1∼2학년) 교사와 돌봄인력, 의료기관과 약국 종사자, 항공승무원의 접종 일정도 5∼6월에서 4∼5월로 빨라졌다.

특히 50만명 정도인 고교 3학년생과 담당 교사는 잠정적으로 여름방학에 접종을 하기로 하고 방역당국과 교육당국이 구체적 시기를 조율 중이다. 고3 학생들에게는 16∼17살 접종도 가능한 화이자 백신이 접종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75살 이상이 접종하고 있는 화이자 백신 중 잔여량이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접종 일정을 이처럼 다시 짠 이유에 대해 정은경 추진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인 백신 수급 불안과 함께 국내에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내세웠다. 그는 “이미 확보한 백신을 효율적, 효과적으로 사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현재 10주인 접종 간격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범위인 8∼12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1차 접종자를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한 바이알(병)로 더 많은 접종이 가능한 최소잔여량(LDS) 주사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화이자 등 냉동백신을 접종하는 시·군·구별 지역예방접종센터 개소에도 더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은경 단장은 “추가 물량을 확보하면 접종 대상자를 조금 더 확대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 백신이 2분기에 도입되면 접종 대상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차 접종자 86만명 분석…“예방효과 아스트라 94%, 화이자 100%”

정부가 이처럼 전략 수정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2월26일~3월29일 1차 접종을 마친 72만926명과 접종 대상자이지만 아직 접종하지 않은 13만9762명 등 총 86만688명을 두고 분석한 결과, 접종 14일 경과 시점에 94∼100%에 이르는 예방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접종하고 14일이 지난 57만4950명 중 확진자는 22명(10만명당 3.8명)이었다. 화이자는 2만7761명 중 단 한 명도 확진되지 않았다. 반면에 미접종자 13만9762명 중에선 90명(10만명당 64.4명)이 확진됐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 뒤 14일 경과 시점에서 백신효과는 아스트라제네카 94.1%, 화이자 100%로 나타났다.

다만 방대본은 “대상자별 접종 뒤 관찰 기간에 차이가 있어서 통계 보정이 필요하고, 화이자 백신은 분석 대상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높은 1차 접종 예방효과 확인에도, 안전성 논란 속에 접종률이 떨어지면 정부의 2분기 접종계획 수정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국내외 각종 이상반응 논란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와 정부가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번 전략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국내에서의 접종 뒤 이상반응 신고는 물론 중증이나 사망 신고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도 중요하다. 65살 이상 요양병원 입소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75살 이상 고령층에 대한 화이자 접종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당장 75살 이상 접종 첫날인 전날 접종자 가운데 사망 신고 사례(서울 노원구, 76살, 3일 오전 사망)가 발생했다. 박영준 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이날 “백신과의 관련성은 조사가 이뤄진 뒤에 확인해서 설명하겠다”며 “중증·사망 신고 등 (인과관계를 살펴야 할) 이상반응 사례는 추가로 오늘(2일)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75살 이상은 총 1만4363명이다.

정세균 중대본부장 “4차 유행 초입 숨 고르기 걱정”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558명 나오면서, ‘4차 유행’ 시작 우려는 더 짙어졌다. 최근 사흘 연속 500명대로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정세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은 이날 “마치 4차 유행 초입에서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하루 확진자 수가 오랫동안 300~400명대에서 정체돼 있다가 이번 주 들어 사흘 연속 5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감염이 확산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 겨울, 3차 유행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500명대 확진자가 불과 닷새 만에 두 배로 치솟았던 상황을 다시 반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대본은 핵심방역수칙을 2개 이상 지키지 않거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감염이 발생한 다중이용시설, 방역수칙 위반으로 적발된 사업자가 다시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경우 기존의 ‘경고’ 단계 없이 바로 열흘간 영업정지 처분을 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시간을 없애거나 늦추는 등 규제를 완화한 대신, 위반 시 사후 처분은 더 강력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감염병예방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이다. 중대본 발표를 보면, 지난 2월25일~3월21일 기간 동안 9677건의 방역수칙 위반행위가 적발됐고, 이 가운데 75.2%(7281건)가 경고·계도 조처됐다.

다만 정부는 4차 유행이 시작되어도, 코로나19에 가장 위험한 요양병원 입원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1차 접종이 어느 정도 진행된 만큼 부담은 이전보다 덜할 것으로 본다. 윤태호 중앙수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전보다 코로나19 환자용 병상 여력이 더 늘었고, 요양병원·시설 1차 접종이 이뤄져 보호 효과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11월과 비교했을 때) 500명이라는 하루 발생 숫자 자체는 유사하지만 질적인 상황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