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버블 폰지 사기 비유 비트코인 부활..'디지털 화폐' 정체는 무엇인가
한 단위당 6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비트코인 얘기다. 여전히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의심의 눈초리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혁명"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팽팽하다. 도대체 비트코인이 뭐길래.
신간 '디지털 화폐'의 출간 목적은 명확하다. "돈 버는 방법은 알려줄 수 없지만, 디지털 화폐가 무엇인지는 알려주겠다"는 것.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암호화폐의 기술과 그 역사, 세계관까지를 기술한다. 디지털 관련 저서를 여럿 서술했던 핀 브런턴 뉴욕대 미디어학부 부교수가 썼다.
비트코인의 시작은 2009년이지만 암호화폐 전체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우선 암호화폐의 동기부터. 혁명가들에게 돈은 여러모로 불편한 도구였다. 일단 휴대하기 귀찮고, 잔돈을 받는 일도 번거로웠으며, 또 위조 가능성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비자(Visa)의 최고경영자(CEO) 디 호크가 해답을 제시한다. 디지털 거래 입증에 필수적인 식별-인증-승인 및 증명으로 구성된 '전자적가치교환(EVE)'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의 동선이 그대로 중앙 권력에 노출되는 위험성이다. 감시와 통제가 용이한 원형 감옥의 팬옵티콘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학자들로부터 제기됐다.
개인과 조직 간 동등한 디지털 화폐가 필요했다. 암호학의 아버지로 통하는 데이비드 차움은 그 선구자다.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그의 회사 디지캐시는 사용자를 비밀에 부치면서 신원을 증명할 수 있는 화폐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그리고 '이캐시'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캐시'는 국가가 발행한 통화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사용됐다. 사생활 보호는 보완했지만, 국가 권력을 전면 거부하진 않은 셈이다. 현대의 암호화폐와 근본적인 차이가 여기에 있다.
비트코인은 거인의 어깨에 서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작품이다. 기존의 기술과 아이디어에 자유주의적 철학을 덧대 완전한 자유로운 화폐 시장을 사유했다. 가장 큰 촉매제가 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대규모 구제금융으로 화폐의 신용도가 출렁이던 시기였다. 혁명가들은 다시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영향 받지 않은 화폐를 꿈꿨다. 2008년 핼러윈의 밤에 '비트코인'이 선언되기에 이르렀다. 개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명)는 "제3의 신뢰기관 없이 완전히 사용자 간에 일대일로 운영되는 전자 화폐 시스템"을 공개했다.
비트코인의 백미는 검증 가능한 희소성이다. 전체 물량이 고정된 만큼 만들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부당 수령된 정부 보조금(LH의 비리를 기억하라), 쓸데없는 전쟁에 쏟아버린 돈, 국가의 권력 강화와 과잉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금 인출 사태가 터져 돈이 휴지 조각이 되거나, 누군가에 의해 압수당할 일도 없다.
2009년 1월 9일 블록페인의 세 번째 블록에는 당시 연준 의장이던 벤 버냉키의 코드 초상화가 새겨졌다. 세계 경제를 흔드는 권위자에 대한 조롱이었을까. 경제 패권을 개인들의 연합체가 가져가겠다는 선언이었을까. 비트코인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복판에 서 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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