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감독 돕는 KCC '그림자 참모' 강양택 "코치는 운명같아요"

유재영 기자 2021. 4. 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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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KCC의 전창진 감독과 선수들이 3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정규리그 우승 세리머니를 하면서 수많은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받을 즈음, 체육관 구석에서 조용히 그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 보는 이가 있었다.

전 감독이 큰 그림을 그리고 선수단을 이끌 수 있도록 강 코치는 전력 분석과 선수 컨디션 등을 세밀하게 챙겼다.

전 감독이 정창영, 송교창의 포지션 변경을 고려할 때, 그렇다면 새 옷은 어떻게 입을지 세밀하게 분석해준 것도 강 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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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제공
프로농구 KCC의 전창진 감독과 선수들이 3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정규리그 우승 세리머니를 하면서 수많은 카메라 플래쉬 세례를 받을 즈음, 체육관 구석에서 조용히 그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 보는 이가 있었다. KCC 강양택(53) 코치다. 강 코치는 단체 기념 사진만 간단히 찍고 뒤로 물러나 우승의 기쁨을 가라앉혔다.

강 코치는 KBL(한국농구연맹) 최고령 코치다. 코치 경력도 가장 많다. 전 감독이 “감독급 코치”라고 표현할 정도. 2002년 명지대 코치를 시작으로 SK, LG, 남자 농구 대표팀 등에서 코치를 역임했다. 그동안 각 팀에서 이상윤, 김태환, 김진, 허재 감독 등을 보좌했다. 코치로만 거의 20년 경력. 묵묵히 감독을 돕는 ‘그림자 참모’의 대명사다.

전 감독은 우승 확정 후 “강 코치가 옆에 있는 게 행운”이라며 우승의 큰 공을 강 코치에게도 돌렸다. 전 감독이 큰 그림을 그리고 선수단을 이끌 수 있도록 강 코치는 전력 분석과 선수 컨디션 등을 세밀하게 챙겼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전 감독에게 더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고 경기력과 경기 승패에 직결되는 핵심 정보를 빠르게 공유했다. 강 코치는 “감독님이 시키는 것만 하면 나도 외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 의견도 감독님에게 분명하게 전달하고 직접 ‘티칭’도 할 수 있다면 서로 외로움도 덜 느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선제적인 강 코치의 행동에 전 감독이 바로 반응하고 화답하는 ‘피드백’이 절묘하게 잘 이뤄졌다. 강 코치는 팀이 연패로 길게 가겠다 싶으면 전 감독에게 ‘에이스’ 이정현과의 깊은 대화를 주선해보기도 했다. 전 감독은 시간, 장소 불문하고 이정현과의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고 위기를 넘겼다. 특정 상대 선수의 현재 컨디션을 즉각 살펴 경기 중에도 수시로 전 감독에게 제공했다. 강 코치는 “경기 전 상대 선수별로 몸을 풀 때 슛 컨디션과 몸의 균형, 움직임 등을 유심히 파악한다. 평소 슛 적중률이 만약 50%인 선수라도 경기 전 몸이 좋지 않으면 20~30%대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 감독에게 알려준다. 이 정보들은 감독이 수비 패턴 등을 선택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했다”고 전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전 감독은 강 코치의 ‘팁’을 요긴하게 활용했다. 강 코치는 “감독님이 A라는 패턴을 하려고 할 때 B라는 패턴이 적격이라고 제안할 때도 있다. 확실한 정보가 없으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감독께서 흔쾌히 반영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이 정창영, 송교창의 포지션 변경을 고려할 때, 그렇다면 새 옷은 어떻게 입을지 세밀하게 분석해준 것도 강 코치다.

용인=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적극적으로 감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관계가 형성되면서 보람도 느끼고, 코치의 의사를 존중하는 감독의 배려 리더십을 역으로 배우고 있다는 그다. 강 코치는 “본인의 ‘아우라’에 선수들이 끌려오지 않도록 소통 스타일을 완전히 바꾼 감독님의 변화를 보고 내가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그림자로 살아가는 농구 인생, 경기 후 마시는 한 잔의 소주와 채워지고 쌓여가는 노트 로 마음을 위로하고 내일을 준비하게 만든다. 잠시 쉴 새도 없이 “KT 허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강 코치는 1~6라운드 KT와의 경기 노트를 돌려보며 분석에 빠질 예정이다.

“코치는 운명인 것 같아요.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 감독 옆을 오래 보조를 맞추며 지켜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인 듯 합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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