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스핀 룸과 국민의 분노

기자 2021. 4. 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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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거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스핀(spin)'이다.

미국에서 각종 선거 후보들의 TV 토론회가 열리면, 토론회장 옆에 커다란 '스핀 룸'이 설치된다.

토론회가 끝나면 후보들과 참모들이 스핀 룸으로 건너와 기자들을 상대로 자기가 더 잘했다고 스핀을 거는 것이다.

그때도 체육관에 스핀 룸을 설치했는데, 미 여야의 대통령 후보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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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미국 선거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스핀(spin)’이다. 특정 현안·상황을 자기 후보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아전인수(我田引水)·견강부회(牽强附會)·침소봉대(針小棒大)의 결합이다. 예를 들어, 미 유권자 가운데 여성 표가 늘었다고 하면, 힐러리 클린턴 쪽에서는 여성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말하고, 도널드 트럼프 쪽에서는 “힐러리는 여성에게 인기가 없어 오히려 우리 쪽에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미국에서 각종 선거 후보들의 TV 토론회가 열리면, 토론회장 옆에 커다란 ‘스핀 룸’이 설치된다. 토론회가 끝나면 후보들과 참모들이 스핀 룸으로 건너와 기자들을 상대로 자기가 더 잘했다고 스핀을 거는 것이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인 지난 2007년 6월 뉴햄프셔주 맨체스터대에서 열린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 토론회를 취재했다. 그때도 체육관에 스핀 룸을 설치했는데, 미 여야의 대통령 후보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민주당 토론회가 끝난 뒤 지금은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 상원 외교위원장을 비롯해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데니스 쿠치니치 오하이오주 하원의원·마이크 그라벨 전 알래스카 상원의원 등 예비후보들에게 직접 한반도 정책을 물었다. 당시 선두를 다투던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는 바쁜 일정 때문에 스핀 룸에 오지 않았지만, 각각 마크 펜·데이비드 액설로드(훗날 백악관 고문) 등 캠프 최고의 전략가들이 스핀 룸에 와서 한국 등 외신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했다. 미국 방송사들은 토론회가 끝난 뒤 정치 전문 패널들을 등장시켜 누가 승자인지를 따져보고, 긴급 여론조사도 한다. 전문가들은 경선 과정에서는 토론회 영향이 크고, 당 후보가 결정된 다음에는 지지를 잘 바꾸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의 치열한 TV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스핀 룸은 없고, 토론을 중계한 방송사들도 누가 승자인지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 중립에 대한 집착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사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등으로 선거가 한쪽으로 기울면서 TV토론 승부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아무리 스핀을 걸어도 국민의 분노를 바꿀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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