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천안함만 왜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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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출신답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중시한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헬기 사격 등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2017년), “암매장, 성폭력 문제 등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2019년), “발포 명령자 규명과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2020년). 문 대통령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6주기 때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 2월 백기완 선생 빈소에선 “세월호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 규명이 속 시원하게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선 제2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이 북한의 책임이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기념사도 마찬가지였다. 한 참석자는 “혹시나 하며 연설을 들었는데 결국 북한 책임을 언급하지 않더라”며 “그게 그렇게도 어려울까”라고 했다. 이날 기념식 보도에 대해 한 독자는 이런 항의 메일을 보내왔다. “대통령이 어떤 사안을 언급 안 했다는 사실이 그렇게 중요한가?” 되묻고 싶다.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에 그토록 예민한 대통령이 왜 서해 영웅들의 전사 사유를 말하지 않는지 말이다.
국가 공식 행사에서 대통령의 말이 육하원칙에 충실해야 함은 기본 상식이다. 한 개인의 말이 아니라 공동체의 시대 정신과 역사적 염원의 총화(總和)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5·18 기념사는 희생자들이 누구인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하다가 결국 ‘왜’ 죽었는지 밝히고 있어서 감동적이다. 하지만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는 영웅들이 ‘누구’로부터 우리를 지키려다가 ‘왜’ 죽었는지 빠져 있기 때문에 공허하다. 대통령은 신형 호위함을 ‘천안함’이라 다시 부른다고 했다. 참전 수당을 22만원에서 34만원으로 올렸다고도 했다. 하지만 내 아들, 내 남편이 왜 죽었는지 그 구체적 사실을 끝내 국가 원수 입에서 듣지 못하는 유족에게 그것들이 무슨 의미였을까.
대통령 비서 탁현민씨는 26일 행사가 끝난 뒤 이렇게 썼다. “오늘 ‘너는 어느 편이냐?’라고 묻는 모든 사람이 사람 같지 않다.”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진 날, 자기 정파가 아닌 국민들에게 “사람 같지 않다”는 탁씨에게 이 문장을 보낸다. “유족들의 극한적인 아픔을 우리가 깊은 공감으로 보듬어야 합니다.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해주기는커녕 고통을 더한다면 그것은 국가의 도리가 아닙니다.” 당신이 모시는 ‘대통령님’이 야당 의원 시절이었던 2014년 8월, 세월호 유족 동조 단식을 하며 썼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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