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마라토너 오주한 "어머니 위해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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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대선배 손기정, 황영조, 이봉주를 뛰어넘어 한국 역사에 남는 마라토너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 첫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3·청양군청·사진)이 지난달 31일 동아일보와의 화상통화에서 밝힌 포부다.
한국 마라톤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의 금메달에 이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봉주가 은메달을 딴 이후 20년 넘게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오주한은 조국이 된 한국에 메달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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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강국 케냐가 고향이지만 비주류인 소수부족 출신이기도
"염소 사육해 5남매 홀로 키운 어머니 위해 올림픽 金 따낼 것"
한국 첫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33·청양군청·사진)이 지난달 31일 동아일보와의 화상통화에서 밝힌 포부다. 2018년 특별귀화로 한국인이 된 그는 화상통화 때 왼쪽 가슴에 태극기를 새긴 흰색 반팔티를 입고 있었다. 그는 생애 첫 올림픽인 도쿄 올림픽 출전을 위해 케냐에서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어머니는 나를 달리게 하는 힘
처음 마라톤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상황은 열악했다. 그는 케냐 서북부 사막 지대에 위치한 시골 동네 투르카나에서 자랐다. 농사를 할 수 없는 척박한 땅이라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마라톤을 잘하기 위한 신체 조건을 지녔는지도 확신이 없었다. 케냐가 배출한 대부분의 마라토너들은 칼렌진족 출신이다. 반면 그는 소수 부족인 투르카나족으로 케냐 마라톤계에서도 비주류였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그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달렸다. 별다른 직업 없이 집에도 자주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가 가장 역할을 해왔다. 어머니는 염소를 키우며 오주한을 비롯해 3남 2녀의 생계를 홀로 책임졌다. 그는 “무명 시절 타지로 훈련을 떠난 나의 모든 뒷바라지를 어머니가 감당했다. 생활비부터 운동화, 옷까지 필요한 모든 것을 보내줬다”며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면 어머니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 “‘아버지’의 나라 한국 국위선양 할 것”
한국 마라톤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황영조의 금메달에 이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이봉주가 은메달을 딴 이후 20년 넘게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오주한은 조국이 된 한국에 메달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케냐에서는 한국, 미국 등 선진국에 귀화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 좋은 성적을 내면 귀화한 나라에 보답을 할 수 있어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그도 자신을 받아준 한국을 위해 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는 아버지나 다름없는 오창석 백석대 스포츠과학부 교수 덕분이다. 오 교수는 케냐에서 그를 발굴해 귀화를 도와줬고, 훈련까지 도맡아 왔다. 지난해 2월 휴직계를 낸 오 교수가 케냐로 건너와 2년 넘게 그를 지도하고 있다. 그는 “무명 시절 처음 내게 손을 내밀어준 분이 오 교수님이었다. 나의 가능성을 발견해주고 가난에서 건져줬다”고 말했다.
올림픽 준비는 순조롭다. 그는 최근 2시간6분대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주로 월요일 오전 6∼8시에는 고지대인 캅타갓 지역의 언덕을 22km가량 오르는 훈련을 한 뒤 오후 3∼4시경 가벼운 10km 달리기로 마무리한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새벽 훈련 없이 오전 8∼10시 반 1200m 트랙을 10번씩 돌거나 파르틀레크(속도와 노면의 형태를 다르게 하며 달리는 법) 훈련을 하고 있다. 그는 케냐에서 훈련을 계속하다 8월 초 바로 일본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오주한은 도쿄 올림픽에서 35km 이후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터뷰 내내 미소를 보이던 오주한은 올림픽 필승 전략을 묻자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마라톤의 승부처는 후반부라고 생각합니다. 경쟁자들에게 중반까지 조금 뒤처질지 몰라도 후반부에 죽기로 달려 모두 따라잡겠습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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