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남광주역
[경향신문]
남광주역은 1930년대에 세워진 역이었다. 그곳은 전라남도의 화순, 보성, 순천을 지나 경상도 진주, 마산, 삼랑진을 잇는 경전선으로 비둘기호, 통일호 등 주로 완행열차가 다녔다. 기차는 남평, 화순, 나주역 등 수많은 간이역에서 정차를 하였기에 농어촌 사람들에게 손발이 되어주었다.
그러다보니 남광주역 광장에는 새벽 도깨비시장이 생기게 되었다.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채소나 생선 등을 보따리에 이고 남광주역으로 모여들었다. 큰 장꾼도 있었지만 대개는 열무 댓 다발, 가지와 애호박 몇 개, 찐 옥수수 한 소쿠리, 메밀묵이나 김부각, 붕어, 홍어, 갈치 등 반찬거리로 새벽 공기를 깨웠다. 새벽시장에 나온 손님들은 근처 식당 주인이거나 싱싱하고 싼 물건을 사러 온 주민들이었다. 8시 반쯤 되면 물건은 거의 팔리고 역 관리인이 호각을 불며 대 빗자루를 들고 광장을 쓸기 시작했다. 9시가 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 싶게 남광주역은 시치미를 떼고 저 홀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 8월10일 폐역이 되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걸리적거리는 꼴이 된 것이다. 남광주역~효천역~광주역으로 이어지는 철로가 폐쇄되었다. 1999년 나는 우연히 신문에서 소식을 듣고 매일 새벽에 나가서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사라진 남광주역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남광주역에서 광주역으로 이어지던 철로가 없어짐으로써 구도심의 활력이 빨리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하는 시민도 있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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