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미쳤다" 분노 들끓자.. 천안함 재조사 중단검토

원선우 기자 2021. 4. 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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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유족 "나라가 미쳤다" 반발
최원일 前함장 "만우절 거짓말인줄.. 戰死를 의문사 취급하나"
최원일(가운데) 전 천안함 함장(해군 중령)이 2010년 4월 7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 12일 만에 열린 생존 장병 기자회견에 참석해 마지막 질문에 답변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가 2일 긴급 회의를 개최해 천안함 폭침 사건 원인 재조사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고 1일 밝혔다. 규명위가 ‘천안함 좌초설’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형사재판까지 받은 신상철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지난해 12월부터 재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달 31일 언론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유족 등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자 조사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2010년 천안함 침몰 당시 민·군 합동 조사단은 침몰 원인을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결론 내렸고, 숨진 해군 장병 46명도 전사(戰死) 처리했다. 정부가 이미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한 사건이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도 “진정 내용이 명백히 거짓이거나 이유가 없는 경우 진정을 각하(却下)해야 한다”(제17조)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규명위는 재조사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위원회 구성원 사이에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일단 조사 개시 결정을 하던 선례에 따랐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규명위 비상임위원인 경기대 이수정 교수는 본지에 “위원회에 그 안건이 올라온 적이 없다”고 했다.

규명위 이인람 위원장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을 지냈고, 1명뿐인 상임위원 탁경국 변호사도 민변 출신이다. 탁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추 대리인,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특검 특별수사관 등도 지냈다. 정치권에선 “위원회 주요 인사들의 성향이 천안함 재조사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신상철

천안함 전사자 사망 원인을 재조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천안함 생존 장병, 전사자 유가족은 “나라가 미쳤다” “이 땅엔 2개의 정부가 있느냐”며 강력 반발했다. 천안함생존자예비역전우회 전준영 회장은 이날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행동으로 옮길까 내 자신이 무섭다”고 했다. 전 회장은 “유공자증 반납하고 패잔병으로 조용히 살아야겠다”고도 했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과 유가족 등은 이날 서울 중구 규명위 사무실을 항의 방문, 이인람 위원장을 면담했다. 최 전 함장 등은 “조사를 즉각 중단하라”며 청와대와 규명위의 공식 입장과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 위원장에게 “우릴 전사자·유공자로 대우하는 정부, 전사를 의문사처럼 취급하는 정부가 따로 있느냐”는 취지로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함장은 “만우절 거짓말이겠지 했다”고도 했다.

이번 천안함 재조사는 그간 여권이 보여온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천안함 폭침과 관련, 공식 석상에서 ‘북한 책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 도중 고(故)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씨가 돌발적으로 “대통령님, 천안함이 누구 소행인가요?”라며 항의하자 “북한 소행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 아닙니까”라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야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부 입장을 제3자적 입장에서 남의 일처럼 언급했다”면서 “자신의 본심은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그간 천안함이 북한 소행임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2010년 의원 시절 ‘미군의 천안함 침몰 개입 가능성’을 주장하며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언쟁하기도 했다. 당시 여권 인사들은 “정부 발표를 무조건 믿으라는 건 공감하기 어렵다”(정세균) “어뢰설 등은 모두 억측과 소설”(유시민) “북한 소행설에 의문 일으키는 근거가 널려 있어”(천정배) 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국민의힘 국방위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의 천안함 도발에 면죄부를 주고 싶은 것이 문재인 정부의 본심인지 묻고 싶다”며 “천안함 46용사가 하늘에서 통곡할 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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