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와 플렉스의 공존.. 유통가 이유 있는 '리퍼브' 인기

맹하경 2021. 4. 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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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키즈 매장에서 매출이 제일 많이 늘어난 브랜드가 몽클레어, 겐조, 버버리입니다. 집에선 내복만 입히다가 한 번 살 때 몽클레어 사는 거죠."

코로나19로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매장이 침체에 빠진 지난해에도 롯데 아웃렛 내 리퍼브 매장은 꾸준한 매출이 나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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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vs 가성비.. "제품군 따라 소비 갈려"
반품·전시상품 싸게 파는 리퍼브 매장·매출 증가
못난이 농산물·면세품 재고 판매량도 상승
경기 이천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안에 있는 리퍼브 전문 매장에 다양한 가전제품이 진열돼 있다. 롯데쇼핑 제공

"백화점 키즈 매장에서 매출이 제일 많이 늘어난 브랜드가 몽클레어, 겐조, 버버리입니다. 집에선 내복만 입히다가 한 번 살 때 몽클레어 사는 거죠."

한 패션업체 직원은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보상 심리로 폭발하는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명품 매출이 늘고 있는 데에는 아낄 수 있는 곳에선 최대한 지출을 줄이는 소비 패턴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소비가 극단으로 갈리면서 "아예 저렴하거나 아예 비싼 게 아니면 안 팔린다"는 말도 업계에서 돌 정도다.

보상 소비 못지않게 알뜰 소비가 두드러지자 유통 업체들은 '리퍼브(refurbished의 준말)'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리퍼브는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 상품이나 매장에 전시했던 물건 등을 정가보다 훨씬 싸게 파는 것을 말한다. 집콕 흐름과도 맞물려 가전제품, 가구 등 고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사려는 소비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관련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리퍼브 판매 창구와 상품군을 늘리는 추세다.


"하루 최고 매출 5000만 원"

경기 이천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 내 리퍼브 전문 매장에 TV와 쇼파가 진열돼 있다. 이 매장은 가구 판매 비중이 높아 월 평균 매출이 2억 원에 달한다. 롯데쇼핑 제공

1일 교외형 아웃렛에서 4개의 리퍼브 전문 매장을 운영 중인 롯데쇼핑에 따르면, 매장당 월평균 매출은 1억 원에서 2억 원 사이다. 코로나19로 백화점,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매장이 침체에 빠진 지난해에도 롯데 아웃렛 내 리퍼브 매장은 꾸준한 매출이 나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는 재작년 1개였던 리퍼브 매장을 지난해 4개까지 늘렸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특히 가구가 많은 매장의 매출이 높다"며 "매출이 많은 날은 하루에 한 매장이 5,000만 원을 찍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자랜드의 온라인 리퍼브 쇼핑 서비스 '오작교' 화면. 전자랜드 제공

온라인에서 리퍼브 쇼핑을 즐기는 사람도 늘었다. 전자랜드는 매장 전시상품을 모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오작교'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14% 증가했다.

국내 최대 리퍼브 전문 업체인 올랜드아울렛은 매장과 품목을 늘리며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경남 양산시에 17호점을 열고 삼성과 LG 최고급 TV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탁 등을 최대 60% 할인 판매한다.

리퍼브 전문 업체 올랜드아울렛은 최근 경남 양산시에 추가 매장을 6,600㎡(2,000평) 규모로 열었다. 올랜드아울렛 제공

면세품·농산물도 실속파 공략

지난해 한 방송에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부탁으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마트에서 모양이 예쁘지 않은 감자를 저렴하게 팔기로 결정하면서 '푸드 리퍼브'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졌다. SBS 방송 캡처

흠집이 있거나 출시된 지 오래됐더라도 핵심 기능만 멀쩡하다면 저렴한 맛에 구매하는 패턴은 먹거리와 면세품에서도 감지된다. 재고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온라인몰 리씽크의 올해 1~3월 재고 면세품 매출은 작년 10~12월보다 60% 증가했다. 지난해엔 국내 면세품만 팔다가 하루 안에 전체 품목의 93%가 품절되는 등 인기를 얻자 올해 들어선 해외 면세점 재고도 판매한 게 주효했다. 리씽크는 현재 화장품을 비롯해 패션잡화, 건강식품, 카메라 등 2,600여 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맛에는 문제가 없지만 크기가 작거나 흠집이 난 '못난이 농산물'을 저렴하게 파는 푸드 리퍼브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가 중요한 제품엔 큰돈을 들여 오래 쓰려 하고, 반복 구매해야 하거나 기능 중심인 물건에는 최대한 아끼려는 소비 경향이 확산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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